중국 당국이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쉽게 거두지 않으면서 미국 기업들 사이에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시장 개방 속도가 더디고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전망도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850개 회원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앞으로 3년 내에 시장이 지금보다 더 개방적이 될 것이라는 데에 대다수 기업이 “거의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 상공회의소는 보고서를 통해 외국 기업들이 최근 중국 당국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외국 기업들은 중국 당국과 협력을 강조해왔으나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 정부에 로비해 중국에 압박을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금융 서비스 부문을 더 개방하고 광범위한 투자 협상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겉으로는 개방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한다. 지난달 말 장가오리 중국 부총리는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바깥세상과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공회의소 보고서는 중국 기업들은 자유롭게 외국에 진출하고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62개국을 대상으로 한 규제 순위에서 중국은 59위를 차지했다. 세계은행(WB)이 작년에 발표한 사업 용이성 순위에서는 중국이 190개국 중 78위를 차지했다. 다만 외국 기업을 옥죄는 규제에도 미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사 중 68%는 중국 내 수익성이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64%에서 소폭 증가한 수치다. 2012년에는 77%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중국 주재 미 상공회의소의 윌리엄 자릿 회장은 “수익성이 나아진다는 결과는 최근의 비용 증가를 반영하지는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이 지적 재산권 보호를 개선하는 등 일부 분야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명확한 법률, 국유 기업을 시장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규제, 공무원이 정책을 적용하는 데 일관성이 없는 것 등이 큰 문제로 꼽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