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과 말레이시아의 인연은 1983년 대우건설 수방(Subang)공항 격납고 건설공사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우건설은 1992년 플라자 라키아트(Plaza Rakayat)와 1995년 비전시티(Vision City)프로젝트 등 말레이시아의 랜드마크를 건설하며 입지를 다졌다. 두 프로젝트의 규모만 각각 3억4480만 달러, 4억6122만 달러였다. 특히, 2001년 대우건설이 완공한 77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 텔레콤사옥은 대나무의 새순을 형상화해 21세기 성장과 번영을 추구하는 말레이시아의 염원을 표현하면서 말레이시아 건축 예술의 백미로 꼽히곤 한다.
그러나 1997년 태국 바트화가 붕괴되면서 대우건설과 말레이시아에도 위기가 닥쳤다. 아시아 전체로 외환위기 여파가 번졌고,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가야 했다. 대우건설 역시 그룹 해체의 진통을 겪으며 말레이시아 등 해외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대우건설은 그러나 금융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한 자원 부국 말레이시아의 저력을 눈여겨 보며 끊임없이 공을 들였고, 결국 철수 10년여 만인 2009년 KLCC타워를 수주하며 말레이시아 재진출에 성공했다.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상업·금융·문화 중심지인 쿠알라룸푸르시티센터에 짓는 1억9000만 달러 규모의 지상 58층(267m)짜리 초고층 복합건물이다.
이 후 회사는 말레이시아 수주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2011년에는 쿠알라룸푸르 반다라야 지구에 지하 3층, 지상 48층 규모의 6성급 호텔 및 레지던스를 건설하는 1억9000만 달러 규모의 세인트레지스 호텔 사업을 수주했다. 또 같은 해 12월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빈자이 지구에 지하 4층, 지상 58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IB타워 공사를 따냈다.
대우건설은 이듬해 9월에도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의 컨벤션센터인 마트레이드 컨벤션센터 신축 공사로 수주를 이어갔다. 같은 해 10월 오피스 빌딩, 호텔, 상업시설의 복합 단지인 다만사라시티 2단계 공사 역시 수주했다. 2013년에는 말레이시아 주요은행 중 하나인 퍼블릭뱅크 본사 사옥 신축 공사를 수주하는 등 말레이시아 수주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어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의 공사를 잇따라 따냈다. 대우건설이 말레이시아 건설시장에 1983년 진출 후 지금까지 올린 수주실적은 22억7285만 달러로 한화로는 약 2조6000억 원이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이같은 수주실적이 부각되면서 대우건설은 2012년 9월 싱가포르의 최고급 콘도미니엄인 스콧타워 공사를 손에 쥐었고, 2013년에는 벤데미어 콘도 공사까지 차지하는 등 동남아 지역 전체로 수주를 확대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동남아시아 지역 시장으로 공격적인 수주를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