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일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황필상(70) 전 수원교차로 대표가 190억 원대 기부를 했다가 140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으면서 논란이 됐다. 황 전 대표는 2002년 자신의 모교인 아주대에 수원교차로 주식 90%(당시 평가액 180억 원)와 현금 15억 원을 기부했다. 대학은 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원장학재단(옛 황필상아주장학재단)을 설립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기부금 중 주식의 비중이 5%를 넘을 때 세금을 부과하게 돼 있다. 공익재단을 통해 편법으로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2009년 규정이 신설될 당시 황 전 대표처럼 순수 기부의 경우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2008년 이 규정을 근거로 황 전 대표에게 증여세 140억 원을 부과했다.
대법원은 세금 부과가 잘못된 것이라고 봤다. 상증세법 규정의 취지는 기부자가 주식을 출연한 뒤에도 법인의 최대주주로 남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황 전 대표의 경우 주식을 출연하기 전에 최대주주였지만, 주식 기부로 인해 그 지위를 잃었으므로 이 규정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황 전 대표가 상고한 후 6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 사이 황 전 대표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3월 31일 기준 황 전 대표의 체납액은 244억 원이다. 이 금액도 과세당국이 부과할 수 있는 세금의 최고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대표는 선고 직후 "그나마 이렇게 해결돼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황 전 대표가 기부한 돈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지금까지 총 2700명에 이른다. 황 전 대표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의 소순무 변호사는 "황 전 대표가 재단 설립에 구체적으로 관여하거나 주도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파기환송심에서의 승소를 확신했다.
이번 사안처럼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전문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법 탓에 이번 사건 1, 2심도 엇갈린 결론을 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한 반면, 항소심은 "황 전 대표가 재단 이사장을 연임하고 대표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재단에 영향력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고, 세금 부과 처분은 현행법 내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황 전 대표는 "제대로 장학사업을 하느냐 안하느냐 핵심을 봐야 한다"며 "탈세하면 그 때 세금을 때리면 되는데 왜 그런 법은 못 만드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