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업체 우버가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퇴출 당할 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과 구글과의 자율주행차 기술 관련 특허 침해 소송 등 우버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이 트래비스 칼리닉(40) 우버 최고경영자(CEO)의 불도저식 위험감수 경영방식이 과거에도 문제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우버는 자사의 앱을 삭제하거나 아이폰을 리셋한 후에도 과거 앱을 깔았던 아이폰 소유주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몰래 빼낸 사실이 밝혀지자 팀 쿡 애플 CEO가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를 불러 크게 화를 냈다. 이 개별 아이폰 추적 기술을 ‘핑거 프린팅’이라고 부르는 데 애플은 고객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이를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쿡 CEO가 당시 칼라닉에게 “만일 우버가 이런 관행을 계속 이어갈 경우 우버 앱은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추방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칼라닉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앱스토어에서 쫓겨나게 되면 수백만 명의 아이폰 유저들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져 우버의 사업이 통째로 뒤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칼라닉 CEO는 우버를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로 키우면서 많은 규칙과 규범을 대놓고 무시하다가 궁지에 몰리면 그때야 규칙을 준수하는 수법을 써왔다. 교통·안전 규정을 밥 먹듯이 무시하는 것은 물론 법적 허점과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을 키웠다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로 칼라닉 CEO는 자사는 물론 경쟁 업체인 리프트(Lyft) 기사로 ‘투잡’하는 운전기사들의 정보를 알아내는 프로그램인 ‘지옥(Hell)’을 만들어 투잡 기사들에게 집중적으로 일감을 몰아줘 리프트의 영업을 방해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으며 ‘그레이볼(Greyball)’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년간 여러 국가에서 당국의 단속을 피해 영업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사이 칼라닉은 승승장구했다. 업계에 새로운 운송 트렌드를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게 됐고, 우버는 7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몸값 700억 달러(약 79조원)에 달하는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불법 행위가 뒤늦게 드러나고 곳곳에서 갈등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칼라닉의 경영방식이 도마 뒤에 올랐다. 특히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2015년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할 뻔한 사연은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상도덕을 무시하는 칼라닉의 경영방식이 최근에 우버를 둘러싼 파열음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NYT는 지적했다.
NYT 인터뷰에 응한 칼라닉과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은 전·현직 직원들과 투자자 등 50명 모두 칼라닉이 그가 마음먹은 일이라면 어떤 대가가 뒤따르듯 꼭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질은 우버를 계속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한 때 칼라닉의 멘토를 자임했던 마크 쿠번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칼라닉의 최대 장점은 목적을 달성하려면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지만 그의 최대 약점도 바로 그것”이라며 “그의 경영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우버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