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내건 경제성장 전략과 이민 제한 등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약점을 은폐하고자 시리아와 북한 등 지정학적 위기에 눈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과격하고 도발적인 허풍이 실제로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전술인지 아니면 정책 혼란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는 페이크(가짜)에 그칠지 주목된다고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 27일 트위터에 “민주당이 정부 기관을 폐쇄하고 있다. 이는 끔찍하다”라는 트윗을 남겼다. 미국 연방정부 임시예산안이 28일 만료돼 새로운 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중지)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의회는 단기 예산을 통과시켜 위기를 넘어가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트럼프는 그럼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고 과격한 발언을 남긴 것이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을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로 장식했다. 잭슨은 “나는 폭풍을 부르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하는 등 허풍스러운 면모가 여러모로 트럼프와 닮았다. 트럼프는 확실히 취임 초반을 폭풍처럼 휘몰아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첫 100일간 30개의 행정명령을 연발했다. 오바마케어 철폐,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무슬림 국가 입국 제한 등 과격한 정책을 펼쳤다.
또 트럼프는 외교 방면에서도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폭격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모든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대형 폭탄을 투하했다. 북한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촉구하면서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 가능한 거리로 배치했다.
확고한 전략이 있다면 트럼프의 이런 강경 술책은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전략 없는 위협은 가짜로 인식돼 정책을 오락가락하게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가장 큰 위기가 여기에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트럼프는 “A 평가를 주고 싶다”며 자신의 취임 100일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점은 숨길 수 없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6일 설익은 대형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세제안은 세수 부족을 어떻게 보충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보이지 않고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세수 확대라는 불확실한 방법에 의존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그루그먼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마치 부두교의 좀비와 같다”며 “30년 전 로널드 레이건의 감세와 같은 리스크를 다시 떠안고 있다”고 호평했다.
오바마케어 폐지와 멕시코 장벽, 반이민정책 등도 반대에 부딪혀 표류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