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자 프랑스 기업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도 신당 앙마르슈의 마크롱 당선인은 로스차일드 출신으로 친기업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 그는 2014년 8월부터 2년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하에서 경제장관을 역임할 당시에도 친기업 정책을 선보였다. 당시 ‘마크롱 법’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 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게 중심이었다.
이번 대선 기간에도 마크롱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내세웠다. 그는 노동 규제 완화, 주 35시간 유연화, 자유 무역 활성화 등을 주장했다. 동시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3%에서 25%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기업들이 마크롱을 지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퍼블리시스그룹의 모리스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마크롱은 친기업적인 정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의 역동적인 경제 정책이 프랑스 경제가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파리 동부에 거주하며 영화 제작사를 창업한 피에르 모르샤르는 “마크롱이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나는 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기업들이 마크롱을 지지한 것은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작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 것과 같은 이치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세계화와 자유 무역을 부정하며 무역 장벽을 높일 것을 공언했다. 자유무역과 이민 제도에 큰 영향을 받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자연스레 트럼프의 경쟁후보인 힐러리 당선을 바랐다. ‘프랑스판 트럼프’라 불렸던 마크롱의 경쟁후보인 마린 르펜도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했다. 프랑스 기업들로서는 불안감을 높이고 보호 무역을 조장하는 르펜보다 친기업 정책을 주장하는 마크롱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애널리스트들은 마크롱 당선인이 2007년 정권을 잡았던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사르코지 역시 친기업적인 성향을 보였다. 이번 대선에도 사르코지는 마크롱을 지지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사르코지 정권 당시 실업률이 오르고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프랑스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올랑드 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사르코지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랑드는 부자를 대상으로 증세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했다.
마크롱이 기업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프랑스의 가장 큰 로비 기업인 메데프의 피에르 가타즈 대표는 “마크롱의 정책은 옳은 방향이지만 몇몇은 반쪽짜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프랑스인 2명을 고용하는 비용으로 독일인 3명을 고용할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를 절감할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