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지난 10일 국내 최대의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패배한 이유가 '상생(相生)' 경영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인수한 유진그룹보다 GS그룹이 더 많은 금액(약 2조원 상당)을 인수대금으로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진그룹이 최종 승자가 된 것은 현 경영진 유지 등 '고용승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유진그룹은 이번 인수전에서 다른 인수추진주체들과 달리 현재 하이마트 경영진이 그대로 경영을 계속해달라는 내용을 반영했다는 후문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M&A 시장의 피인수기업들은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들이 인수해줄 것을 바라는 것 외에도 M&A 이후에 고용승계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M&A시장 최대어로 꼽히고 있는 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CJ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며 "최종인수대상자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고용승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GS의 하이마트 인수 실패는 최근 M&A 시장에서 중요요소로 판단되고 있는 인수 후 고용승계 등 구조조정에 관심이 소홀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허창수 회장의 이른바 '재는 경영스타일'도 하이마트 인수전에 실패한 하나의 요소로 분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이 하이마트 인수시 실사과정에서 잠재부실이 드러나는 경우 매각가격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LG그룹에서 분사하기 전부터 오랜 기간동안 재무·회계통으로 불리며 재계에서 공격적이기보다는 전통적으로 방어위주의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A 전문가는 "기업이 최소비용을 투자해서 최대이윤을 거두는 것은 당연한 진리"라며 "하지만, M&A의 경우 재무제표상 가치보다 비싼 값에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GS의 하이마트 인수 실패는 허 회장의 지나치게 꼼꼼한 경영스타일로 인한 실패라고도 보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아직 매물로 나오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 GS그룹이 공식적으로 참여한 기업 M&A 건수는 GS칼텍스가 참여한 현대오일뱅크가 남았다.
현재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가장 유력한 인수대상으로 GS칼텍스를 꼽고 있지만,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을 고려하면 최종결정자가 발표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