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SK하이닉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인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서 승리할 경우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판도를 단숨에 바꿀 수 있다.
◇SK하이닉스, 인텔·삼성전자 이어 3위…“올해 영업익 10조 달성 무난할 듯”=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전 세계 반도체 업체 중 매출 3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분기 SK하이닉스는 55억 달러(약 6조25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인텔(142억 달러)과 삼성전자(136억 달러)에 이어 3위다.
이는 지난해 5위보다 두 계단이나 상승한 것으로 IC인사이츠 측은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약진에 대해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급격한 가격 상승이 순위 상승의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분기에도 매출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 한 해 10조90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버용 D램 수요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고, 모바일용 D램 수요도 견고해 D램 부문의 실적 개선이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D램 평균 판매가격(ASP) 상승세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연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체력을 이미 갖췄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이 같은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연간 7조 원의 투자를 계획했다. 이는 SK그룹에 편입 전 집행한 투자금(3조5000억 원)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금액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낸드플래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日도시바 인수戰 뛰어들어…“낸드 ‘퀀텀점프’ 나설 것”= SK하이닉스가 3D 낸드플래시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무엇보다 주력하고 있는 것은 도시바 인수전다.
도시바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가 승리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부문 점유율은 단숨에 2위로 뛰게 된다. 이에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 박성하 SK수펙스추구위원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 등 하이닉스 인수 당시 주역들이 두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달 중 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2차 입찰)이 실시될 예정이지만 아직도 인수전의 향방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다. 최근에는 도시바가 2차 입찰 기한을 예정보다 연기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으며 2단계 매각안도 거론된다.
도시바는 현재 예비입찰(1차 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들을 상대로 2차 입찰 참가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력한 후보로는 SK하이닉스 외에 미국 통신 반도체 회사인 브로드컴, 사모펀드인 KKR, 도시바와 욧카이치공장을 공동 운영 중인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훙하이(폭스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도시바는 19일 2차 입찰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이달 말로 연기할 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와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WD가 입찰 즉시 중지와 독점교섭권 등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일본과 미국 정부가 미일연합을 원하면서 이번 인수전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KR와 혁신 기구 등 펀드 연합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 뒤, 나중에 일부 주식을 사업회사 등에 양도하는 2단계 매각안도 부상하고 있다. 독점금지법 심사의 장기화를 피하기 위한 방책이다.
도시바 인수전이 혼전 양상을 띠면서 SK하이닉스의 고민 역시 깊어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당초 예정대로 도시바 인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도시바 인수를 위한 전략을 다각적으로 마련 중”이라며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