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분기(4~6월) 무려 5명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퇴임할 전망이다. 통화정책을 결정할 금통위 구성원이 총 7명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무더기 교체는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이명박(MB) 정부 책임이 크다. 아울러 이주열 한은 총재의 책임도 일부 있다.
우선 MB정부 당시 금통위원 후임 인선을 길게는 1년여간 미루면서 공석을 초래했다. 결국 2012년 4월21일 무려 4명의 금통위원을 한꺼번에 임명했고, 2016년 4월21일 또 다시 이들의 후임으로 4명의 금통위원이 교체됐다.
전임 김중수 총재와 대립각을 세웠던 이 총재가 2014년 4월1일부로 취임하면서 당시 박원식 부총재는 이 총재 취임 한 달여 만에 중도 사퇴 했다. 그의 임기를 1년여 앞둔 상황이었다.
이후 그해 6월25일 임명된 장병화 현 부총재가 오는 6월24일 임기를 만료한다. 금통위원 중 부총재 임기만 유일하게 3년으로 차기 부총재가 곧바로 임명될 경우 그의 임기는 2020년 6월24일이 된다. 결국 2020년 4월20일 4명의 금통위원의, 2020년 6월24일 부총재의 퇴임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앞선 19대 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한은법 개정을 추진했었다. 금통위 구성과 임명,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이 한은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위원의 임기를 단축하거나 한시적으로 기존 4년 임기가 아닌 2년으로 명시한 연임방안 등이 논의 됐었다. 또 다양한 직능에서의 추천을 위해 기존 7인 체제를 9인 체제로 늘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지난해 5월 국회가 20대로 교체된 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에 따른 정치일정으로 유야무야됐다.
대선 이벤트가 마무리됐고 20대 국회에서도 출범 후 이에 대한 논의가 일부 있어왔다는 점에서 조만간 이같은 문제가 재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19대 국회 당시 논의했던 내용 외에도 금통위의 인사권 및 예산권 등 기능 조정도 같이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다.
복수의 전직 금통위원들은 “각종 위원회를 봐도 인사권이 없는 곳은 없다. 또 예산권이 이렇게 주목받지 못하는 위원회도 처음”이라며 인사권과 예산권 없는 한은 금통위가 의아했었다고 고백했다.
참고로 한은 금통위에 인사권이 없는 배경에는 과거 한은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은법 개정 당시 금통위 의장을 지금의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넘기는 과정에서 결정된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아울러 한은에 대한 예산권은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다.
한편 한은법 개정이 논의될 경우 금융안정 역할 강화와 함께 부총재를 한명 더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한은 목적에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안정 기능이 부여됐지만 사실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때마침 신정부 조직개편안에 금융위윈회와 금융감독원 조직개편안이 포함돼 있는 만큼 시기적으로도 적절해 보인다. 이 경우 금통위원 멤버로서의 부총재와 안살림을 맡는 부총재로 나눌 수 있겠다.
주요국 중앙은행 부총재 인원수를 보면 일본은행(BOJ)은 2명, 영란은행(BOE)은 4명, 중국 인민은행(PBoC)은 5명이다. 호주중앙은행(RBA)은 한은과 같은 1명이다. 한은 직원 수는 2016년 말 현재 2300명에 달하고 있다. 기능은 많이 다르지만 같은 기간 1880명인 금융감독원도 부원장만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