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이어진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여야의 뒤바뀐 처지가 극명히 드러났다. 한국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도덕성과 자질을 문제 삼아 낙마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후보자들을 적극 엄호하면서 “결정적인 하자는 없다”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인사청문회 기준 잣대를 바꿨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 잣대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에 야당이던 민주당은 도덕성 검증을 얘기했고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정책 검증을 얘기했는데 완전히 공수가 교대되면서 처지가 바뀌니 국민도 어리둥절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모드로 신속히 전환한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은 아직 야당 생활 적응을 완벽히 마치지 못한 모양새다. 여권 내에서조차 “한국당은 야성을 많이 상실했다. 9년 동안 여당의 체질화가 돼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낙연 총리의 국회 인준안 처리 당시 본회의 앞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야당 연습’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는 평가다. 당시엔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피켓 드는 방법을 조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상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논문 표절 아웃’, ‘위장전입 아웃’이라고 적은 종이를 노트북 앞에 붙였다가 민주당의 항의를 듣고는 슬그머니 떼어내기도 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여당 물이 빠지고 있지만 더딜 것”이라고 했다.
공수는 바뀌었지만 다당제하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협치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야로 자리를 바꿨어도 그동안 해봤으니 여당 입장, 야당 입장을 서로 잘 안다”며 “공수에 주력하기보단 이해를 전제로 협치하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