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계획을 철회한 이후 마땅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마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이 어떤 묘책을 찾아낼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엄격한 지배구조 정상화 정책이 실행될 것”이라며 “경제민주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는 다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법안은 바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지주회사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 법률은 지주회사가 1대 주주로 있는 자회사 지분만 지주비율 계산에 포함했는데 개정안은 보유한 계열사의 주식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지주비율은 지주사의 자산총액 가운데 계열사 주식가치의 비율이다.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삼성물산은 투자자산가액에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공정가치가 포함되면서 지주비율(투자자산가치/총자산) 50%를 초과하게 돼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바로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도, 반대로 완전히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3대 주주, 삼성생명의 2대 주주다.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을 4.25%만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지분 15.75%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이에 삼성물산은 최대 4년 안에 삼성전자 지분 15.2%(45조 원) 또는 25.2%(74조 원, 자회사 최소 지분율 강화의 경우)를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삼성생명 지분(19.3%, 5조 원)을 모두 처분해도 재원 마련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의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으나,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만큼 현실성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아 지배력을 높일 수도 있지만 상속세가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상속세율을 높이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김동양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할 경우, 삼성생명은 1대주주 이건희 회장(20.8%)과 2개 공익법인(6.8%)의 지배력 유지가 필수적인데, 지배주주 일가는 삼성전자 주가 강세, 자산소득 과세강화 추진에 따른 상속세 납부부담 확대와 맞물려 향후 상속세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결국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인적 분할-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