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유력 3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서 진행된 삼성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주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인 동의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승계 작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오너가의 취약한 지분율과 판매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주주환원 정책 강화 필요 =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순환출자 해소 정책과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높아지고 있는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향후 진행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감안하면 현재 총수 일가의 취약한 지분율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른 시일 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측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에 이어 현대모비스까지 주주 친화책을 내놓으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 들어 주주 권익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다섯 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인수·합병(M&A)이나 주요 자산취득 등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영사항, 배당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주주의 권익을 반영하게 된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도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또한 이들은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지정해 주주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이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로부터 ‘현대차그룹 브랜드 사용료’ 139억 원을 받는다고 밝힌 것도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브랜드 사용료는 통상 지주사가 계열사로부터 받아왔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최근 지주사 전환 계획을 완전히 철회한 삼성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주주들의 동의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차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적극적인 지지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인 동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정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2005년 35세의 나이로 기아차 대표이사를 맡으며 본격 경영 일선에 나선 정 부회장은 2009년까지 기아차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정 부회장은 현대차 대표이사 부회장을 현재까지 맡으면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다만 최근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과 실적 부진은 걸림돌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잇따라 신차를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최근 내놓은 현대차의 첫 소형 SUV는 정 부회장이 직접 론칭 프로젝트까지 진두지휘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굵직한 그룹 현안들을 직접 챙기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며 “SUV 확대,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의 현대차의 미래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 부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