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의 간판 의약품 ‘스티렌’이 이달부터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NSAID) 투여로 인한 위염의 예방’(위염 예방) 용도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급성위염과 만성위염은 종전대로 급여가 유지된다.
지난 2011년부터 진행된 보건당국의 유용성 평가에 대한 최종 결과다. 동아에스티는 임상시험 결과 제출 지연, 복지부와의 소송 및 합의 등 진통을 겪은 끝에 119억원 환수와 약가인하, 보험급여 일부 제한이라는 상처를 남겼다. 이미 지난해 소 취하 이후 조정에 합의하면서 수백억원 환수 리스크에서 벗어난데 이어 추가 환수 위기에서 모면했다. 스티렌의 위염 예방 매출이 크지 않아 매출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당국의 검토 결과 스티렌의 위염 예방에 건강보험 급여를 유지할만한 근거가 불확실하다고 판단, 지난 2014년 집행정지됐던 보험급여 삭제 고시가 다시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급성위염과 만성위염은 종전대로 급여가 유지된다.
다만 위염 예방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복지부의 결론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추가로 지급하는 환수금은 없다.
지난해 동아에스티가 스티렌 급여제한 취소소송을 취하하면서 복지부와 합의한 조정 내용에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복지부와 동아에스티는 추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어 위염 예방에 대한 유용성 평가를 검토하고 집행정지됐던 급여 제한 조치에 대한 재집행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소송이 진행됐을 당시 복지부는 동아에스티가 기한을 넘어 제출한 자료는 인정하지 않겠다며 임상자료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임상자료 검토 결과 만약 스티렌의 임상적 유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면 복지부는 스티렌의 '위염 예방'에 대해 보험급여를 중단하는 처분을 다시 내리게 된다. 이때 동아에스티는 소 취하일부터 고시일까지 약품비의 30%를 추가로 건보공단에 지급키로 했다.
◇스티렌 급여 제한 논란, 무슨일 있었나
쑥을 추출해 만든 스티렌은 지난 2002년 '급성위염과 만성위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투여로 인한 위염 예방' 용도로 허가받은 약물이다.
복지부는 효능에 비해 약값이 비싼 약의 퇴출하거나 약가를 깎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 순환기계용약, 소화성궤양용약 등 5개 효능군에 대해 경제성을 검토한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211개 품목에 대해 보험적용을 중단키로 했다.
복지부는 이때 스티렌을 포함한 156개 품목은 임상적 유용성 판단을 유보하고 해당 업체에 직접 유용성을 입증하라고 지시했다. 스티렌의 경우 ‘위염 예방’의 용도에 대해 급여 삭제 조치를 내렸지만 2013년말까지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할 만한 임상결과를 제출하면 급여를 인정해주겠다는 조건부 급여 조치를 내렸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의 일부를 지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하라'는 요구다. 복지부는 2013년말까지 논문 저널 등에 적합한 임상결과를 게재하도록 지시했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동안 거둔 처방실적의 30%를 환수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동아에스티는 임상시험 종료 마감 시한을 넘긴 2014년 3월말에 임상시험을 완료했고 같은 해 5월에 논문게재 예정 증명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복지부는 “동아에스티가 약속한 임상종료시한을 준수하지 못했다”며 당초 공고대로 2014년 6월부터 스티렌의 위염 예방 효능의 보험급여를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고시' 개정안을 공포했다.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동아에스티는 2011년부터 3년간 처방실적의 30%인 600억원 이상을 건보공단에 상환해야 했다. 2011년부터 3년간 스티렌은 881억원, 808억원, 6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동아에스티는 고시 집행정지와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11월 1심 재판부는 동아에스티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급여 제한은 집행정지됐고 1심 소송에서 재판부는 "당초 약속한 기한을 지키지 못했지만 최종적으로 유용성을 입증했다"며 동아에스티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의 항소로 소송은 2라운드에 돌입했고, 동아에스티와 복지부는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최근까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결국 지난해 6월 동아에스티는 복지부에 조정을 제안했고, 복지부가 조정안을 받아들이면서 양 측의 소송전은 종지부를 찍었다.
복지부와 동아에스티의 합의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유용성 자료 제출 지연의 책임을 지고 총 119억원을 건강보험공단에 지급키로 했다. 스티렌의 보험약가는 당시 162원에서 31% 자진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스티렌은 지난해 7월 25일 제네릭 발매에 따른 124원으로 인하 예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보험약가가 10% 내려갔다.
◇동아에스티, 추가 환수 리스크 소멸..급여 삭제 매출 타격 미미
최근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동아에스티가 제출한 스티렌의 임상 결과를 검토한 결과 스티렌의 임상적 유용성이 부정되지는 않지만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해주기에는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급여 제한 조치만 다시 집행하되, 약품비는 돌려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식약처가 인정한 적응증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염 예방 용도로 비급여 처방은 가능하다.
이로써 스티렌의 위염 예방 유용성을 둘러싼 공방은 6년 만에 최종 종료됐다. 동아에스티 입장에서는 119억원의 환수와 약가인하, 급여 제한이라는 손실이 발생했지만 추가 환수 위기에서 벗어났을 뿐더러 6년간 지속됐던 공방이 종료됐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지난해 동아에스티는 소송 취하와 함께 복지부와의 합의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한 상태다. 만약 최악의 경우 동아에스티가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최대 1000억원대 환수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이번 급여 제한 조치에 따른 추가 손실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스티렌의 위염 예방 매출은 스티렌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미 동아에스티가 스티렌의 용량을 늘린 '스티렌투엑스'로 처방을 전환하고 있어 매출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스티렌의 위염 예방 급여 제한 조치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뿐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은 효과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스티렌의 매출 중 위염 예방이 차지하는 10%대에 불과해 매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