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마지막 직장으로 일할 곳을 찾다 선택한 곳이 카카오입니다. 구성원들을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환경과 문화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죠. 굉장히 수평적이고 혁신적입니다. 공개와 공유가 기본이죠. 숨기기보다 사전에 공개하고, 공유해서 조직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더 좋은 제도와 정책, 문화를 만들어 나갑니다. 이 과정은 구성원들에게 소속감과 주인의식이 생기게 만들어요.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는 첫걸음이죠.”
황성현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이 생각하는 카카오 조직문화의 중요한 가치는 ‘소통’, ‘공개’, ‘공유’다. 이 세 가지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기본이라고 생각하며 가치 전파에 힘쓴다. 정보를 권력화하거나 계층을 만들어 정보를 차등화하면 조직원들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며 업무에 몰입할 수 없다는 게 황 부사장의 판단이다. 또 그는 조직원들이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갖게 하는 것이 가치실현을 위한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카카오 크루(조직원)가 모두 만족하는 인사 정책과 제도,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황 부사장은 25년간 IT분야에서 인사와 조직 컨설팅 업무를 담당해온 인사전문가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에서 조직개발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야후 코리아 인사 부문장, 구글코리아 인사팀장, 미국 구글 본사 시니어 HR 파트너 등을 역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7월 카카오의 인사와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인사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황 부사장이 처음 카카오에 왔을 때 첫인상은 ‘혁신’을 넘어서 ‘파격’에 가까웠다. ‘한국에 이런 기업이 있구나’라는 사실에 놀랐다. 오랜 기간 선진적인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외국계 기업에 몸담고 있었기에 수평적인 문화가 익숙할 법도 한데, 본인의 경험을 뛰어넘는 조직의 모습에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단다.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죠. 한국 기업에서 보기 힘든 문화였어요. 많은 기업이 호칭 파괴, 직급 없애기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의미 있는 노력들을 했지만, 본질을 바꾸진 못했거든요. 한국적인 정서를 극복하지 못하는 거죠. 카카오는 벤처기업으로 출발해서 오늘에 이르렀죠. 그렇다보니 벤처의 문화가 그대로 녹아 유지되어 오는 부분들이 많아요. 수평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해왔고, 업무환경이나 분위기 측면에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효율적인 문화를 만들고자 했던 거죠. 영어 호칭을 쓰면서 소통의 벽을 낮추고자 한 것부터 그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게 직급파괴 문화다. 카카오에선 신입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자신이 정한 별칭을 부르는 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직원들이 ‘우리회사 경영진은 누구예요?’라고 궁금해할 정도로 직급·직위에 대한 개념이 없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냈다. 또 개인의 업무 스타일과 다양성을 존중한다.
“각자가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건 중요하다고 봐요. 서서 일하던, 카페에서 일하던, 옥상에서 돗자리를 깔고 일하던, 킥보드를 타고 다니던, 카카오에서는 어색한 문화가 아니에요. 그저, 각자가 가장 편하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모습일 뿐이죠.”
카카오는 기술기업임에도 여성 조직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여직원은 전체 직원(2700여 명)의 40% 정도이며, 관리자급(398명)의 여성 비율은 30%(116명)에 달한다. 남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개발직군의 비중이 6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율이다.
“편견을 갖지 않고 능력과 역량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스럽게 일 잘하는 사람이 관리자가 돼야 하고요. 우리 회사가 한국 기업 중에서는 바이어스(bias, 편견)가 가장 적은 회사가 아닐까 싶어요. 성(性), 직책, 나이 등 모든 면에서 수평적이죠. 굳이 여성 남성을 구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평등한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