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생산·판매 중인 보험급여 의약품 중 95%의 보험약가가 인하되는 철퇴를 맞았다. 두 달 전 노바티스의 의약품 9개 품목이 보험급여 중단 처분을 받은 것과는 다른 처분이다. 동아에스티는 ‘리베이트 의약품 보험급여 중단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행위라는 이유로 이미 사라진 ‘리베이트 의약품 약가인하’가 적용됐다. 과거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던 처분이어서 추가 법정 다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아에스티, 2014년 7월 이전 위법행위로 폐지된 약가인하 처분 부과
보건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 행위로 적발된 동아에스티의 142개 품목 보험약가를 평균 3.6% 인하하는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품목별 인하현황을 보면 가바토파정100mg, 니세틸산, 동아니세틸정, 동아가스터정20mg 등 28개 품목이 약가인하 상한선인 20% 인하가 결정됐다. 위염치료제 스티렌(112원→111원),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152원→143원), 리피논80mg(1352원→1082원) 등 동아에스티의 주력 제품들이 대거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이 회사가 판매 중인 급여 의약품 149개 제품 중 95%에 달하는 142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되는 대규모 처분이다.
복지부는 이번 약가인하로 전년 대비 연간 약 104억원 규모의 약제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약가인하 대상 142개 품목의 지난해 청구실적 2860억원에서 평균 인하율 3.6%를 적용한 값이다. 동아에스티 입장에서는 연간 매출 손실 104억원이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보건당국의 리베이트 의약품의 보험급여 관련 제재는 지난 5월 노바티스에 이어 2개월만에 내려진 처분이다.
복지부는 지난 5월 한국노바티스의 ‘엑셀론캡슐’ 4종, ‘액셀론패취’ 3종, ‘조메타레디’ 2종 등 9개 제품에 대해 보험급여를 6개월 (2017년 8월24일~2018년 2월23일)간 보험급여를 정지하고, 나머지 33개 품목에 대해서는 55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에 처분이 결정된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건이지만 노바티스는 급여정지와 과징금, 동아에스티는 약가인하 처분이라는 상이한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리베이트 제공 시기에 시행된 제도가 달라 각각 다른 처분이 적용됐다.
노바티스의 급여 중단 처분의 경우 지난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의약품 보험 급여 중단’이 적용됐다. 일명 ‘리베이트 투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해당 품목의 보헙급여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적발된 리베이트 규모가 1억원 이상일 경우 해당 의약품의 보험급여가 1년 동안 중단된다. 5년 이내에 또 다시 적발되면 영구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동아에스티는 ‘리베이트 투스트라이크 아웃’ 이전에 시행된 ‘리베이트 의약품 보험약가 인하’가 적용돼 142개 품목의 약가인하 처분이 결정됐다.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시행된 이 제도는 리베이트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최대 20% 인하하는 제재다. 매출 대비 리베이트 금액의 비율을 따져 약가인하율을 결정한다. 동아에스티의 리베이트 제공 시기가 2014년 7월 이전이어서 보험약가 인하 처분이 적용됐다.
동아에스티의 약가인하 처분은 2013년 3월 서울중앙지검 건과 2016년 2월 부산지검동부지청에 기소된 2건을 병합해 처분했다.
지난 2013년 3월 서울중앙지검에서 리베이트 관련해 동아에스티를 기소했지만 검찰에서 그동안 리베이트 처분을 위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아 약가인하 처분이 지연됐다. 지난 5월 부산지검 동부지청을 통해 중앙지검건 관련한 리베이트 처분에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확보함에 따라 약가인하 처분이 이뤄졌다.
노바티스보다 처분 시기는 늦어졌지만 리베이트 제공 시점이 노바티스보다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미 사라진 처분이 적용된 셈이다.
◇'리베이트 의약품 약가인하' 4년여간 운영과정서 허점 노출, 폐지..추가 법정공방 예고
사실 이번에 동아에스티에 내려진 리베이트 의약품 약가인하 처분은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허점이 노출되면서 폐지된 제도다.
제약사들이 제기한 처분 취소소송에서 특정 거래처에 제공한 리베이트 행위만으로 해당 의약품의 약가를 일괄 인하하는 것은 무리한 행정이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A 의료기관에서 1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로 약가를 인하할 경우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노출됐다.
이미 동아에스티는 리베이트 의약품 약가인하에 대한 적정성을 두고 보건당국과 법정 공방을 펼친적이 있다.
지난 2010년 동아에스티(옛 동아제약)는 보건소에 처방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복지부는 총 11개 품목의 보험약가를 20% 인하하는 처분을 내렸다.
동아에스티는 "특정 거래처 한 곳에 제공한 리베이트 행위만으로 해당 의약품의 약가를 일괄 인하하는 것은 무리한 행정"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보건소에서 처방된 의약품의 처방액은 동아제약 매출액의 0.1%에도 못 미치는데도 이를 근거로 일률적으로 20%의 약가를 인하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약가인하의 전제가 된 조사대상 요양기관, 리베이트 액수, 처방총액 등은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를 그대로 적용할만한 최소한의 표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결내렸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종근당도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16개 품목의 약가인하 처분이 내려진 이후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식약처가 500여개 요양기관을 상대로 종근당이 지급한 리베이트의 액수에 대해 조사를 한 결과에 따라 약가를 인하한 것으로, 조사 대상 요양기관 수가 상당해 어느 정도 객관성이 담보된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같은 제도를 적용한 유사한 내용의 처분을 두고도 법원의 상반된 판결이 나오며 혼선이 발생하자 복지부는 리베이트 의약품 급여정지를 도입했고 약가인하 처분은 삭제했다.
이번 약가인하 처분에 대해 복지부는 당초 검찰에서 통보한 내용에서 1420개 요양기관의 명칭만 언급됐고 해당 요양기관을 특정하고 있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처분을 지연하다 최근 부산지검동부지청에서 요양기관 특정 및 대상 약제 등을 통보받고 약가 인하 처분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리베이트 의약품 약가인하’의 제도가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해 폐지된지 3년이 지났는데도 동아에스티는 과거에 행한 불법 행위로 사라진 제도에 의한 처분을 받게 됐다.
한편 동아에스티는 리베이트 의약품 약가제도의 적정성과는 별개로 약가인하 비율 및 품목 선정에 문제삼고 법정 대응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25일 중앙행정법원에 약가인하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이번 약가인하 처분 과정에서 요양기관별, 품목별 리베이트 사실관계, 약가인하율 등에 대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직접 판매한 적이 없거나 생산하지 않은 제품도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됐다”며 행정소송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