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월 신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7월 미국의 신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한 141만5139대를 기록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2010년 8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동시에 6.2% 감소를 전망한 시장 예상보다 상황은 좋지 않다.
미국 자동차 빅3의 침체가 선명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7월 신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감소했다. 이는 1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세다. 포드자동차는 7.4% 급감했는데 이는 작년 10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10.5% 줄었다. 일본 자동차 3사 중에서는 도요타가 그나마 선방했다. 도요타의 7월 신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 증가했고, 혼다와 닛산은 각각 1.2%, 3.2%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대형차 판매는 호조를 보였으나 승용차 판매 부진은 계속됐다고 전했다. 이에 올해 연간 판매 실적도 밝지 않다. 오토데이터는 올해 연간 판매량이 167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1780만 대에서 줄어든 규모이자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700만 대보다 낮은 수치다.
영국 방송 BBC는 가구의 90% 이상이 한 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에서 신차 판매가 둔화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구매 인센티브가 과거와 달리 많이 늘어났음에도 작년 신차 판매량은 정점이던 2000년의 1740만 대를 넘지 못했다. 이는 사회·경제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도시가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크탱크인 프론티어그룹의 토니 두트지크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판매가 정점을 찍고 하방기에 접어들었다는 데 전문가들 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슈로더그룹의 케서린 데이비슨 투자 매니저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악화할 때까지는 미국에서 극적인 판매 감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미국 젊은이들의 소비 성향 변화도 신차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에서 젊은 세대들이 결혼과 내집 마련 시기를 늦추듯이 자동차 구매 시점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차 구매 평균 연령은 2015년 기준 50세로, 2000년보다 7살 상향됐다. IHS마르키트의 스테파인 브린리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프론티어그룹의 두트지크 애널리스트는 “현재 젊은이들은 전자상거래에 익숙하며 우버와 리프트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접한 세대다. 이전 세대들은 경험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현재 젊은이들은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판매량 감소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신차 판매 둔화는 심각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신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한 1335만4000대를 기록했다. 중국의 판매 증가율이 한자릿수 초반의 낮은 수준에 머문 것은 2년 만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가을부터 소형차 감세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 증가율이 13.7%에 달한 것도 그 영향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감세 정책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증가세는 크게 둔화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도 현재 감세를 확대하는 것 외의 뚜렷한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자동차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그친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G2 국가에서 자동차 판매가 지지부진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침울한 분위기다. LGIM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6월 투자 노트에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대해 수요는 과장돼 있다”며 “인구 감소와 도시화가 가져온 부작용을 고려할 때 그렇다”고 분석했다. IHS마르키트의 브린리 선임 애널리스트는 “모든 산업의 사이클이 그랬듯, 자동차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