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2012년 ‘아마존코리아’ 설립을 시작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 시장 공략에만 집중해 왔으며, 유통 관련 사업으로는 ‘역직구’에 주력했다. 그러다 최근 아마존이 국내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마존코리아는 50여 명 규모로 정규직과 인턴십 채용을 진행했다.
일부 외신들은 아마존의 마케팅 직원 채용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온라인 소매판매 영역을 확대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최강자로서 한국 시장에 파괴적인 영향을 일으킬 것”, “아마존이 한국 시장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은 한국 시장에서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며 14조 원 거래액을 올린 이베이코리아와 정면 대결할 것”이라고 보도하며 아마존의 한국 진출을 기정사실화(旣定事實化)하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국내 진출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은 데다, 시장 규모는 작은 반면 레드오션인 국내 시장에 뛰어들겠느냐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수년째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올해 8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절대 작지 않다.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한다면 과연 유통 채널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100%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향후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설문조사가 있다.
영국계 컨설팅 업체 PwC가 최근 미국·호주·중국·브라질·일본·프랑스·칠레 등 29개국의 소비자 2만447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으로 쇼핑한다’는 이들이 약 56%에 달했다. 미국·일본·영국·이탈리아·독일 등 5개국은 모두 아마존 사용률이 90%를 넘었다. 특히 일본은 아마존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점을 적게 간다는 답변율도 39%나 됐으며 미국(37%), 브라질(35%), 독일(34%) 등이 뒤를 이었다. 아마존 진출의 파장이 비단 이커머스 업계에만 그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는 아마존이 미국 대표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의 무릎을 꿇린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마존의 기존 유통 파괴로 최근 수년간 매출이 줄면서 시어스는 미국 내 매장 폐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각종 전자 제품을 아마존에서 판매하기로 합의하는 등 사실상의 항복을 선언했다.
이러한 아마존의 공세를 과연 국내 유통기업이 견뎌낼 수 있을까. 아마존의 거대 자본 앞에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출혈경쟁(出血競爭)을 버텨낼 체력 자체가 한참 모자랄 것이고, 기존의 각종 출점·영업 규제를 비롯해 신성장동력인 복합몰마저 규제 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유통기업 역시 ‘시어스의 길’을 뒤따르지 말란 보장이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 공룡’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한다면 현재의 경쟁력으로 거센 파고(波高)를 버텨낼 유통 채널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마존의 국내 진출은 비단 이커머스에 그치지 않고, 국내 유통가 전체에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이뤄질 아마존의 상륙을 앞두고 규제와 상생, 4차 산업, 경쟁력 제고 등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도록 정부와 업계가 혜안을 모아 대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