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상장사 고려제강이 회생기업인 한일건설을 인수한다. 국내 스토킹호스 매각 사례 중 최초로 경쟁입찰과 수의계약자의 우선매수권 행사가 이뤄졌다.
10일 IB업계에 따르면 출자회사 베라체홀딩스를 통해 한일건설 인수 수의계약을 체결했던 고려제강은 이날 우선매수권을 행사했다. 공개경쟁입찰로 들어온 SM그룹이 베라체홀딩스가 처음 수의계약을 맺으며 제시한 인수가격보다 100억 원을 더 써냈지만, 베라체홀딩스가 이보다 높은 가격을 다시 얹어서 최종적으로 한일건설을 인수하게 됐다.
이번 우선매수권 행사는 지난해부터 회생기업의 매각 방식으로 각광받아온 ‘스토킹호스’ 방식이 사실상 처음 구현된 사례다. 기존에도 STX건설, 삼표시멘트 등이 이 방식으로 새 주인을 만났지만 수의계약 이후 진행된 공개경쟁입찰에 유효한 원매자가 들어오지 않는 등 사실상 비딩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일 진행된 한일건설 매각 본입찰에는 삼라마이다스(SM)그룹과 세운건설이 참여해 처음으로 수의계약자와 경쟁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회생 건설사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하고 있는 SM그룹은 수의계약자보다 100억 원이나 더 써내며 인수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고려제강과 베라체홀딩스 측은 수의계약자가 보유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SM그룹의 가격 이상을 다시 제시했다. 특히 수의계약자는 우선매수권 행사 시 경쟁입찰로 들어온 원매자의 입찰 참여 비용 등도 보전해야 해 실제 인수가격은 앞선 계약 때보다 훨씬 높아진 상황이다.
한일건설은 이번 스토킹호스 매각을 통해 높은 가격에 팔리게 된 만큼 빠르게 채무를 변제하고 회생절차를 종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려제강은 한일건설의 6500억 원 규모 이월결손금을 통해 향후 10년간 법인세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건설업에도 새로 진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