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전 의장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총수 없는 대기업’지정을 요청했다. 내달 ‘공시대상 기업집단’지정을 앞두고 네이버의 자율경영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전 의장이 직접 나선 것과 관련해 ‘스스로 총수임을 자인한 것’이라 분석과 함께 ‘특혜 요구’라는 비판도 이어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16일 IT업계와 네이버 등에 따르면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과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 정연아 법무담당이사 등은 14일 공정위를 방문, 김상조 위원장 등을 면담했다. 이날 이 전 의장은 공정위 기업집단과 책임자와의 면담에서 “네이버의 동일인(총수)을 개인이 아닌 네이버 법인으로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뜻을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자산 5조 원 이상의 준(準)대기업을 추려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이들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금지를 포함한 새 규제를 적용받는다. 네이버의 국내외 자산은 이미 5조 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까지는 국내자산이 5조 원을 밑돌면서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돼 왔으나 올해는 준대기업 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총수 기업)으로 지정되면 전체 계열사 집단을 대표하는 ‘동일인’즉 총수를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총수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오너를 말한다. 허위 자료 제출과 배임 등 회사의 잘못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할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무총수 대기업은 총수가 없는 기업들로 포스코와 KT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공기업에서 출발했고 창업자가 뚜렷하지 않은 곳들이다. 네이버처럼 창업주 겸 오너가 명확한 민간 기업이 무총수 대기업에 포함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은 5%에 못 미치지만 주요 임원과 책임자에 인사권을 쥐고 있는 만큼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나아가 이 전 의장은 3월 네이버 의장에서 물러났음에도 공정위를 직접 찾았다는 게 오히려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사업 현안은 변대규 현 의장과 한성숙 대표이사에 맡긴 상태지만 회사 고위 관계자와 공정위를 찾아가 현안을 전달했기 때문에 “방문 자체가 회사대표임을 자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정위 요청 사항을 포함해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16일 중에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