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계란을 비롯해 계란으로 만든 빵과 과자에서 닭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불신이 퍼지고 있다.
먹거리 불안 문제가 비단 이번만의 일일까. 얼마 전 유명 브랜드 햄버거를 먹은 한 아이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으로 신장의 90%가 손상돼 평생 투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 ‘용가리 과자’로 불리는 액체질소 과자를 먹은 아이는 위에 천공이 생기는 엄청난 일이 발생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더해지면서 국민들 사이엔 ‘도대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뭐냐’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잇따른 먹거리 사건·사고에 전 국민이 식품에 대한 포비아(공포)로 떨고 있다.
정부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전국의 산란계 사육 농가 1456곳에 대해 살충제 사용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와 광주, 전북 순창 등 3곳의 산란계 농장을 비롯해 1차 조사 대상인 20만 마리 이상 대규모 사육 농가 243곳 중 4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추가 검출됐다.
산란계 농가 중 80%에 대한 조사를 끝낸 정부는 적합 판정을 받는 농가의 계란이 이미 출시·유통되고 있어 ‘계란 대란’은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실제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이 16일 오후부터 대형마트와 일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을 통해 판매가 재개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많은 허점을 노출한 정부 발표를 국민들이 온전히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살충제 사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이 민간에서 일찌감치 제기됐음에도 정부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문제를 키웠다. 더군다나 계란 살충제에 대한 제대로 된 검사는 사실상 올해 처음 이뤄졌다.
계란에 대한 별도의 살충제 기준치도 없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적잖은 농가에서 살충제를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보다 앞서 일어난 살충제 파문에 벌집을 들쑤신 것과 같은 유럽의 사례가 없었다면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채 살충제 계란을 먹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살충제 계란 파문을 겪으면서 드러난 정부의 허술한 대응은 한둘이 아니다. 먹거리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은 사용을 금지한 살충제를 닭 농장 방역에 사용한 것은 범죄행위로 규정해 수사에 나서고 있어 강력한 형사 처벌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계란뿐만이 아니라 주요 식품·식재료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개선책을 마련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아울러 국민 먹거리와 관련된 범법행위를 중대 범죄로 다스려 더 이상 국민들이 먹거리 불안에 떨지 않도록 신뢰를 심어주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