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르웨이국부펀드는 올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위 10개사의 연례 주주총회 의결 안건에서 7곳의 경영 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애플과 알파벳, 페이스북 등 IT 대기업이 제시한 안건에 과감히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다. 이슈도 주당 의결권에서 임금 성차별 등 다양했다.
노르웨이국부펀드는 운용자산이 9750억 달러(약 1106조 원)에 달하며 전 세계 상장사 지분의 1.3%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서 국부펀드 스스로가 책임 투자자가 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노바티스와 HSBC와 존슨&존슨 등 다른 대기업 주총에서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세계적인 IT 기업의 경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펼치는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자주 반대를 표시한 곳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다. 국부펀드는 알파벳 경영진이 제안한 스톡옵션과 의결권 등에 대해서 6회 이상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에 대해서도 임원 연봉과 이사진 결정에서 반대 의견을 행사했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코닝의 웬델 위크스 최고경영자(CEO)를 이사로 영입하는 안에 반대했다.
트론드 그란데 노르웨이국부펀드 부대표는 “우리는 IT 기업들에 대해서도 다른 기업과 다르게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또한 이들은 짧은 기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주주라면 간섭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전 세계 증시에서 노르웨이국부펀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부펀드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의 비중을 60%에서 70%로 높여나갈 예정이다. 노르웨이국부펀드는 지난 5년간 운용자산 규모가 배로 커졌으며 꾸준히 주식 비중을 확대해왔다.
다른 투자자들은 노르웨이국부펀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글로벌 증시 강세장이 유지될 것임을 확신시키는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이언 와이너 웨드부시증권 주식 부문 대표는 “1조 달러에 육박하는 노르웨이국부펀드가 주식 비중을 60%에서 70%로 높이겠다는 것은 ‘빅 딜(Big Deal)’”이라며 “궁극적으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국부펀드의 그란데 부대표는 “우리는 지금 채권과 주식이 비싼지 싼지 또는 시장이 고평가됐는지 저평가됐는지에 대해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주식 비중 확대 결정은 장기적인 전망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부펀드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대체로 인덱스를 추종하지만 개별종목 투자도 하고 있다. 펀드는 최근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다.
펀드는 지난 2분기에 전체적으로 2.6%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그 중 주식 부문 수익률은 3.4%였으며 채권은 1.1%, 부동산은 2.1%였다. 주식 중에서는 스위스 네슬레와 노바티스, 중국 텐센트가 투자수익률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반면 제너럴일렉트릭(GE)과 AT&T, IBM은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란데 부대표는 “우리는 상반기에 4990억 크로네의 이익을 거뒀다”며 “이는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증시는 올해 성적이 좋다”며 “상반기에 이 부문 수익률은 6.5%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포트폴리오 비중을 살펴보면 6월 말 기준 주식은 65.1%, 채권은 32.4%, 부동산은 2.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