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2분기 애플ㆍ인텔 등 내로라하는 기업을 제치고 세계 최고 제조업체로 올라선 일등공신은 반도체 사업이다. 지금 반도체는 슈퍼호황기다. 3∼5년 전 과감한 선제투자를 한 것이 열매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1983년 주변의 부정적 전망에도 이병철 당시 회장이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산업에 진출했다. 이후 수십년에 걸친 노력 끝에 삼성 반도체 사업은 '세계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사업이 됐다. 경영자의 혜안과 선제적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5년 실형을 선고받으며 총수 부재 장기화에 직면한 삼성의 앞날은 어둡다. 조단위 투자가 정확한 타이밍에 이뤄져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반도체산업은 오너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후발주자에 추격 당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중국이 200조원 넘는 투자를 단행할 정도로 위협적인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업종 특성상 현재의 슈퍼호황도 언젠간 끝나는데, 현재로선 뚜렷한 ‘포스트(POST) 반도체’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미국 하만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힘 쏟았지만, 당분간 대형 인수합병은 어려운 처지가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외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확보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따라 중장기 사업 추진 전략에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던 바이오 산업 역시 총수부재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ㆍ5공장 건설 논의는 답보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 2분기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과 대규모 투자, M&A 등을 결정하는 사내 경영위원회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인 2차례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