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25년 만에 ‘손노리’라는 사명을 되찾은 이원술 대표가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악튜러스’ 등을 통해 게임시장 초창기를 이끌었던 그는 대표 IP인 ‘화이트데이’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4와 PC용 게임으로 ‘화이트데이: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을 출시했다. 25년간 게임업계에 몸담은 이 대표는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4관왕을 달성할 정도로 중견 게임개발사로 성장했다.
손노리는 이원술 대표가 1992년 처음 결성한 사업체다. 1998년 법인으로 전환 후 2001년 로커스홀딩스(현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에 합병돼 손노리 게임사업본부가 됐으며 2003년에는 손노리와 엔트리브소프트로 나뉘어 분사하기도 했다. 2011년 넷마블에 인수되며 손노리라는 이름이 역사 속으로 한때 사라졌다. 하지만 이원술 대표는 2014년 옛 인연들과 함께 로이게임즈를 설립해 카카오게임즈 계열사로 편입했으며 처음 회사를 시작한 지 정확히 25년 만인 7월 14일 사명을 ‘손노리’로 변경했다. 이 대표는 사명을 되찾은 후 “기분이 너무 좋다”는 짧은 한마디로 소감을 대신했다.
손노리가 22일 출시한 ‘화이트데이: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은 2001년 PC게임으로 출시한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게임은 화이트데이 전날 밤 남학생이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가 벌어진 심령 사건에 휘말리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2001년 PC버전, 2015년 모바일버전을 기반으로 그래픽 요소를 강화하고 새로운 여학생 캐릭터도 추가해 리메이크 과정을 거쳤다. 개발기간은 모바일 버전 이후 약 2년6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이 대표는 “화이트데이를 출시 16년 만에 콘솔과 PC 버전으로 리메이크해 재출시하게 됐다”며 “유저들의 요구가 반영된 만큼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 인기가 워낙 높았다 보니 새롭게 개발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이 대표는 가장 큰 고충으로 ‘원작에 대한 향수’를 꼽았다. 과거 화이트데이 PC버전을 즐기던 유저들은 10대 여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친구들이 한 집에 모여 컴퓨터 한 대로 플레이하면서 다 함께 즐겼던 세대다. 그런 유저들이 지금은 성장해 30대가 된 만큼 이전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게임을 다르게 설계하면 과거의 기억을 왜곡할 수 있어 반감을 사게 된다. 기존 유저들도 만족하고 새롭게 유입되는 유저들까지 좋아할 만한 절충점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그는 토로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기본에서부터 설계를 시작했다. 시스템이나 시나리오 요소들은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대표적으로 게임 내에서 사이렌이 크게 울리는 장면이 있다. 이전에는 귀에 불쾌감을 줄 정도로 시끄러웠다면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사이렌 소리를 조절해 놀라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원작을 즐기던 사람들은 ‘이질적이지 않다’, 새로운 유저들은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게임을 재설계해 모든 유저들이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화이트데이: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동시 출시됐다. 북미와 유럽지역은 ‘피큐브(PQube)’, 대만은 ‘저스트단(Justdan)’, 일본은 ‘아크시스템웍스’와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북미, 유럽, 동남아 지역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국가별로 최적화 작업도 거쳤다. 일본의 경우 게임 내 배경이 되는 학교는 일본 학교, 일본 학생으로 바꿨다. 일본 특성상 자국 게임 외에는 배타적인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사정에 맞춘 게임이 아니라면 판매에 영향이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다만 이번 글로벌 출시에서 중국 시장은 제외됐다. 소프트웨어 쿼터제, 문자와 규제 강화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아직 콘솔 시장의 활성화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은 외국산 게임이 진출하기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 이번 진출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출시 후 유저들의 관심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PC온라인과 모바일 버전 게임이 주를 이뤘지만 콘솔게임이 인기를 끈 사례는 적었다. PC나 모바일 게임은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는 방식이라 판매량이 정확히 집계되지만 콘솔게임은 패키지를 생산해야 하는 만큼 판매량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게다가 비주류로 평가받는 호러 장르의 어드벤처 게임이기 때문에 선례가 없어 흥행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유저들이 직접 의견을 올리고 문의사항을 등록하는 등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대표는 “호러 어드벤처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도 마니아적인 측면이 강해 판매량을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화이트데이라는 IP를 통해 개발한 만큼 충분히 화제가 되고 있다. 화이트데이가 전 세계에 알려져 한국의 자랑스러운 게임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