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세계 3대 가상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은 4150달러를 돌파하며 고점을 경신했다. 연초만 해도 1비트코인당 899.65달러 정도였지만 8개월새 4.6배가량 뛰었다. 7월 중반 폭락했던 시장이 다시 활황장세로 돌아서면서 해외에선 헤지펀드 등 전문 투자자들의 공격적 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2일 미국계 등 일부 증권사 헤지펀드가 6~7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전체 자산의 10% 미만 금액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헤지펀드 사이에 유행하는 ‘1% 투자법’이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초고위험 투자자산에 소액을 투자해 플러스 이익을 추구하는 기법이다. 앞서 일본은 작년 5월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상품(commodity)으로 규정하고 투자차익에 거래세를 물렸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정도 블록체인 인프라도 전무한 국내 증권업계에선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팀장은 “국내 헤지펀드들은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외국보다 국내 규제가 더 심하고, 비트코인 거래소도 민간 거래소밖에 없어 기준가가 공신력이 없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가치 변동성도 과하다는 지적이다. 자기투자 책임 원칙이 확립되지 않은 국내에서 금융당국이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후폭풍이 클 수 있다는 것.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다수 국가들이 가상화폐를 대체 가능한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일본 등 일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수용한 것은 비트코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한 게 아니라 규제 완화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관련 (핀테크)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IB업계 한 관계자는 “몇몇 국내 헤지펀드들도 블라인드 펀드 사모 방식으로 투자하거나 펀드매니저 개인이 비트코인에 알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돈 세탁이나 유사수신 문제 등 규제 리스크 때문에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