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던 당시 계엄군의 내부 계획을 폭로함으로써 5·18의 진상을 다시 조사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군이 대한민국의 국민을 상대로 작전(?)을 전개하기 위해 공군비행기까지 출격시키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시 계엄군을 통수했던 인물에 대한 분노가 다시 일고 있다.
특히 당시 총격을 받은 건물에 남아 있는 탄흔이 위에서 아래로 쏜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통해 기총소사를 한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기총소사는 ‘機銃掃射’라고 쓰며 각 글자는 ‘기계 기, 비행기 기’, ‘총 총’, ‘쓸 소’, ‘쏠 사’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해석하자면, ‘비행기에 장착한 총으로 쓸 듯이 사격함’이라는 뜻이다. 치가 떨릴 정도로 무서운 용어이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일부 권력에 눈이 먼 군 장성들의 지시에 의해 대한민국 국군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향해서 자행하게 했다.
掃射! 연발로 나가는 기관총의 총부리를 마치 마당을 쓸 듯이 상하좌우로 흔들어 무차별로 사격을 가했다는 말이 아닌가! 이것은 그야말로 ‘掃蕩(쓸 소, 쓸어버릴 탕)’하기 위해서, 즉 쓸어 없애버리기 위해서 벌인 사격이다. 5·18 당시 계엄군에게 명령을 내리던 주체들은 우리 국민들을 향해 이처럼 잔인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국민들을 소탕하기 위해 기총소사를 하다니!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포폄(褒貶)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褒’는 ‘기릴 포, 상 줄 포’라고 훈독하고, ‘貶’은 ‘떨어뜨릴 폄, 깎을 폄’이라고 훈독한다. ‘기리는 일’과 ‘깎아내려 벌을 주는 일’을 제대로 해야 가치관이 바로 서고, 가치관이 바로 서야만 정의사회가 구현되는 것이다. 5·18 당시 기총소사를 명령한 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일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