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덕<사진> KTB투자증권 스타트업금융팀장은 스타트업 기업의 초기 마중물 자금 중개 전문가다. KTB투자증권은 2016년 7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에 등록한 이후 지금까지 총 8건의 크라우딩펀드 중개를 진행해 4건을 성공했다. 얼핏 절반의 성공에 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국과 미국 등 금융 선진국의 성공률이 20% 안팎이란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는 크라우드펀딩 성공 사례 중 가장 기업에 남는 기업으로 스틱형 티백 생산업체 티레모를 꼽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크라우드펀딩으로 2억5000만 원의 자금을 조달해 생산설비를 확충할 수 있었다. 이후 2달 만에 4억3000만 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 가치도 최초 크라우드펀딩 시점보다 3배 이상 불어났다. 조만간 국내 대기업과 기술 협약을 맺고 대규모의 제품을 납품할 계획이다.
전 팀장은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기업은 사업 방향성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라며 “불특정 다수가 내 사업을 지지하고 미래를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점은 자금 이상의 도움”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단순 후원이 아니므로 투자자들의 수익이 중요하다. KTB투자증권은 우수 스타트업 기업 선정을 위해 자회사 KTB네트워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보력이 뛰어난 엔젤클럽(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의 모임)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추천을 확신으로 바꾸려면 전 팀장과 스타트업금융팀의 발품이 필요하다. 특히 그는 현장 실사를 통해 기업의 면모를 속속들이 파악한 후 중개를 결정한다.
과거 실패를 겪은 기업이라고 해서 크라우드펀딩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해당 시장의 경쟁업체 진입 가능성을 꼼꼼히 점검하고, 앞으로 매출이 얼마나 성장할지 고민한다. 대표이사의 도덕성 역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그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권할 수 있을 정도의 회사란 확신이 서야 투자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면서 “우리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업체들이 스타트업금융팀의 얼굴이란 생각으로 대상 기업을 엄선한다”라고 말했다.
어떤 투자든 조바심은 독이 된다. 전 팀장은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 여부는 2~3년이 지나야 판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 리스크는 작지 않지만, 애초에 낮은 밸류에이션일 때 접근했기에 대박이 나면 몇십 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리스크를 줄이려면 분산투자 전략이 유효하다. 한 기업에서 실패하더라도 다른 기업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처럼 세계적인 기업도 시작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실패를 염려해서 기회마저 주지 않는다면 국내 우수 스타트업들이 묻힐지도 모릅니다. 그 기회를 열어줄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되려면 금융당국과 투자자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