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부동산 버블 억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부동산 버블을 경계하는 중국 중앙정부는 주택 판매 규제와 금융 긴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 등 경기부양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시급한 지방정부는 토지 매각을 가속화하면서 부동산 규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주요 300개 도시의 올 들어 7월까지 토지 매각 수입은 1조8469억 위안(약 315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급증했다. 증가율도 지난해의 32%에서 대폭 높아졌다. 판매 면적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단가가 크게 올랐다고 지수연구원은 설명했다.
베이징은 토지 매각 수입이 1300억 위안을 넘어 가장 많았고 난징시가 1000억 위안, 무한이 약 800억 위안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세 도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수입이 2배 정도 급증했다. 베이징에서 최근 낙찰된 토지 가격은 일본 도쿄 도심 수준이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토지가 국가 소유인 중국은 지방정부가 토지를 시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방정부가 토지 매각에 적극적인 이유 중 첫 번째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공급을 유지해 수급 상황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다.
이보다 더욱 큰 이유가 인프라 투자 등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 확보다. 중국 정부는 공산당 지도부가 교체되는 올가을 제19차 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했다. 전분기와 비교한 성장률은 1.7%로, 1분기의 1.3%보다 성장이 가속화했다. 인프라 투자가 2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성장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그 재원의 대부분을 지방정부가 조달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중국 지방정부에 토지 매각은 세수와 중앙정부 보조금에 이은 제3의 수입원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토지 매각 수입은 지방정부 세입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토지의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가운데 지방정부가 농지를 수용하고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면서 국유지 사용권한을 개발업체들에 양도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얻어왔던 것이다. 한마디로 지방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지방정부가 부동산 규제에 소극적인 이유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중앙정부가 수년에 걸쳐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재산세 도입도 땅값에 미치는 영향을 싫어하는 지방정부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또 개인 소비 증가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세입 확보와 부동산 버블 억제의 틈에서 줄타기 정책 운용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