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덕수궁 돌담길, 낭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입력 2017-09-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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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팡팡] 덕수궁 돌담길, 낭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이문세 ‘광화문 연가’

연인이 함게 걸으면 얼마 안 돼 헤어진다는 이 곳. ‘덕수궁 돌담길’입니다.


덕수궁 돌담길의 이별 전설은 연인들을 시샘한 장난이라거나, 비극적으로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가 덕수궁 돌담길과 얽혀 퍼졌다는 등의 소문을 비롯해 ‘조선시대 후궁들이 모여살아 그들의 원혼이 서려있다’, ‘이혼 절차를 밟으려 가정법원(현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등 그럴듯한 이야기도 있죠.


‘이별’ 말고 덕수궁 돌담길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가까이 있지만 무관심한 것 아니었나요?

덕수궁 돌담길에는 우리 역사의 굴곡이 숨어 있습니다.


우선, 덕수궁 돌담길은 원래 ‘사랑의 길’ 이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이 지금의 모습으로 조성된 1921년 7월, 드높은 돌담과 울창한 나무들로 연인들이 많이 찾았죠.

“덕수궁 담 뒤의 영성문 고개를 사랑의 언덕길이라고 일러왔다. 남의 이목을 꺼리는 젊은 남녀들이 사랑을 속삭였던 것이다” (정비석 ‘자유부인’ 1954년)


덕수궁은 1907년 고종 퇴위 이전까지 ‘경운궁’으로 불렸습니다. 1896년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 있던 고종은 1년 후 러시아 공관을 떠나 경복궁이 아닌 경운궁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옮겨왔습니다.
당시 이 곳에는 영국,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의 외국공관이 몰려있던 곳이었는데요. 고종이 이곳으로 환궁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운궁은 과거에는 무척이나 넓었습니다.

지금의 서울시청 앞 광장을 포함해 수옥헌(현재 중명전)과 창덕궁 선원전 일대까지 포함된 구역이었습니다. 그러나 1919년 고종이 사망하며 일제가 이곳을 해체·축소하는 과정에서 오늘날과 같은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경운궁 중간에 남북으로 영성문(옛 경기여고쪽 길가에 있던 문)에서 정동까지 새 길이 뚫린 겁니다.


덕수궁 돌담길 주변은 조선시대 왕실과 양반들의 주거지인 동시에 조선의 개항과 맞물려 서양문물이 들어섰던 곳이기도 합니다.
외국 공관을 비롯해 1885년 설립된 배재학당이나 이듬해 문을 연 이화학당 등 현대식 교육기관이 이곳에 자리했습니다. 1895년 정동교회가 들어섰고 1902년 국내 첫 호텔인 손탁호텔이 세워졌습니다.


동시에 이 곳은 역사적 아픔을 지닌 거리이기도 합니다.
덕수궁 돌담길은 대한제국의 황제를 겁박하기 위해 일본제국의 권력자들이 숱하게 들락거린 통로이자, 을사늑약이 체결된 중명전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또 일제강점기에는 중추원, 조선사편수회, 고등법원과 같은 식민통치기구들이 포진했던 길이기도 하죠.


낭만과 역사의 아픔, 근대화의 격변을 간직한 덕수궁 돌담길의 막힌 일부 구간이 8월 30일 58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영국대사관이 점유하고 있던 170m 구간 중 100m 구간(영국대사관 후문~대사관 직원 숙소 앞)을 반환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영국대사관 소유인 70m 구간(영국대사관 정문~후문)은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서울시는 이 구간도 완전히 열기위해 계속 협의해 나간다고 밝혔습니다. 덕수궁 돌담길 개통은 대한민국의 근대사의 참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1.1㎞의 이 길이 완전히 이어질 그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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