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결렬, 강경 일색 산은 책임론

입력 2017-09-06 10:04 수정 2017-09-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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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에 매달리거나, 박삼구 회장에 끌려다니거나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이 5일 결렬되면서 이번 거래를 주도한 KDB산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은 산은이 이번 협상테이블에서 범한 실책을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우선 중국 더블스타에만 매달린 것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이의 제기에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다.

산은은 올해 3월 중국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상대방 측에서 거래를 깰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가 큰 만큼 금호타이어 상표권료 문제 등 부차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회사 매각이 곧 이뤄질 것이란 게 산은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더블스타가 중요하게 문제 삼은 것은 금호타이어의 재무제표 악화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72억 원이다. 이는 전년의 3442억 원에 견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재무제표 기준 기업가치(EV)는 4조7057억 원(지분가치+순차입금)이다. 이를 고려하면 더블스타가 제시한 인수가격 9550억 원은 에비타 배수(EV/EBITDA) 14배인 셈이다. 그러나 올해 금호타이어의 순차입금이 늘면서 EV는 4조8751억 원이 됐지만 에비타는 크게 줄어, 기존 가격대로 회사를 인수하면 에비타 배수는 43배에 달하게 된다.

이 때문에 더블스타는 인수 금액을 깎을 것을 지속적으로 산은에 요구했다. 산은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매각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단기적인 실적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래 과정을 지연시킨 주체인 산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회장과의 협상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그는 상표권료와 우선매수청구권 등을 이유로 산은에 계속 이의를 제기했다.

산은은 박 회장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기 보다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핑퐁게임을 벌였다. 결국 금융위원장이 교체된 시점에서 박 회장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지만 이미 판세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금호타이어 매각 실패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퇴진설이 나온 이동걸 산은 회장의 사퇴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협상은 결렬됐고,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채권 회수 극대화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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