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부 장관들과 중요 국가의 대사를 임명하는 등 정부의 인사 소식이 연일 뉴스가 되면서 ‘하마평’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주미 대사에는 ○○○, 주중 대사에는 ○○○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 보도가 바로 그런 예이다.
하마평은 한자로 ‘下馬評’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내릴 하’, ‘말 마’, ‘논평할 평’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로만 보자면 ‘말을 내려 논평함’이라는 뜻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이다.
‘하마비(下馬碑)’라는 비석이 있다. 조선시대 왕궁이나 지방 관청, 종묘, 성균관 등 주요 기관의 문으로부터 일정 거리가 떨어진 곳에 세운 비석으로 “大小人員皆下馬”, 즉 “큰 사람이든 작은 사람이든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부터는 직위의 고하, 연령의 다소, 소임(所任)의 대소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라는 일종의 표지판인 것이다. 말뿐 아니라 조선시대 또 하나의 교통수단이었던 가마도 이 하마비 교통표지판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말이나 가마에 상전을 태워 모시고 온 마부나 가마꾼들은 이 하마비 앞에서 상전을 내려준 다음 상전이 업무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때 마부나 가마꾼들은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서로 자신의 상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즉 상전이 하마(下馬)한 다음에 상전에 대한 평(評)들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마평(下馬評)이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뒷담화’인 셈이다.
이런 뒷담화의 내용 중에는 응당 인사 이동이나 장차 관직에 임명될 후보자에 관하여 떠도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때부터 ‘하마평’은 장차 주요 관직에 임명될 사람에 대해서 떠도는 이야기를 칭하는 말로 사용하게 되었다. 하마평이 나오려거든 국민이 여망하는 하마평이 나오고, 실지로 그런 하마평에 부응하는 인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