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G2) 중앙은행 수장의 세대교체 움직임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이 남았고, 중국에서는 15년 간 인민은행을 이끌어온 저우샤오촨 총재가 은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현 의장과 약 30분 간 면담을 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옐런을 끝으로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5명의 면접을 모두 마쳤다. 연준 차기 의장 선정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의장직을 맡은 옐런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는 옐런을 포함해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학 교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제롬 파월 연준 이사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 연준의 정책 기조에 만족하면 옐런이 유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옐런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나 백악관 입성 후 “옐런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등 그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정책적 안정성을 위해서는 옐런의 연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이사가 테일러 교수를 제치고 갑자기 유력 후보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세 명의 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 지명과 관련해 파월 이사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월 이사는 5명의 후보 중에서도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물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옐런과 달리 파월 이사가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가장 적은 반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 같은 보도에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안전한 베팅’을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도 파월이 지명되면 옐런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파월이 후보 중 가장 온건파 성향인 옐런보다는 더 가파른 금리 인상을 선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태평양 건너 중국에서도 중앙은행 수장 교체가 예고됐다. 저우 총재는 이날 중국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 기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퇴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올해나 내년에 은퇴하는지’라는 질문에 “언제가 됐든 조만간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저우 총재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무렵에 은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저우 총재의 퇴임 시사는 중국 지도부 인사가 결정되는 19차 당대회 기간 중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8%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과 부합한 것이지만 상반기(6.9%)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다. 중국 경제가 소폭 둔화했지만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은 긴축과 완화 사이에서 미세 조정만을 이어왔다. 그러나 중국 내 부채 수준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면서 이에 대한 처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우 총재의 후임으로는 궈슈칭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나 장차오량 후베이성 서기가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금융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와 류스위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 등도 후보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