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복원 등 ‘사드 해빙’ 소식에 이어 한국경제의 호전 지표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 호조를 비롯해 생산·소비·투자의 ‘트리플 성장’과 민간 경제심리도 오르고 있어, 경제성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중 관계의 외교적 수사(diplomatic rhetoric)에 불과한 현실론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큰 탓에 장밋빛 전망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통계청과 정부 기관 등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목표인 3% 달성에 잇따른 지표 호조로 청신호가 커지고 있다. 지난 3분기 1.4% 깜짝 성장률을 달성한 이후 4분기 성적을 가늠하는 각종 지표들의 성적표가 이를 뒷받침하는 분위기다.
앞서 한국은행이 3분기 1.4%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했으나, 기업들의 체감온도와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많았다. 긴 추석 연휴로 영업일수가 줄면서 10월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다소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 경제심리가 회복의 기지개를 켜는 등 기업과 소비자의 향후 경제 전망을 의미하는 경제심리지수(ESI)가 전월보다 3.3포인트 상승한 101.1을 기록했다. 100을 넘으면 기업과 소비자를 포함한 민간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좋다는 뜻이다.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한국경제의 생산·소비·투자가 1년 3개월 만에 모두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긍정적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수 경기를 반영하는 9월 소비가 전월보다 3.1% 늘어나면서 연말까지 업황 호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 지표는 움츠러든 내수시장의 온기에 한몫 더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밥상물가를 보면, 10개월 만에 최저치인 1.8% 상승으로 안정세다.
수출전선의 꾸준한 성장세는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수출입 현황(수출 450억 달러, 전년 대비 7.1% 증가)을 보면, 2011년 12월 이후 12개월 연속 상승세다.
아울러 한중 간 사드 갈등의 해빙 무드도 0.3∼0.4%포인트 떨어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기저효과를 반등할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만큼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입의 내수 경기 활성화와 국내 주력 산업의 대중 수출품목 무역 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경기회복의 본격화를 예단하기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곳곳에 서려 있다. 우선 반도체 중심으로 쏠린 수출과 불투명한 건설경기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지표가 좋아진 건 세계 경제 회복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에 편승한 슈퍼사이클에서 언제든 하차할 가능성이 높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건설경기가 투자를 이끌었지만 내년에는 힘이 떨어져 경기가 계속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3분기 건설 수주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 추락했다. 1분기(3.6%), 2분기(16.8%) 때보다 큰 폭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셈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반도체 호황도 내년 중반까지 유지된다고 하나 올해처럼 빠른 속도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한·중 관계 복원에 따른 ‘사드 해빙’이 아직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달 예고된 한·중 정상회담에도 한·중 재무장관회의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군불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통화스와프 체결 때도 끝까지 애를 태웠는데 당분간 이런 대응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료를 지낸 한 경제학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4분기 경제 성적표라는 점에서 의미를 두는 것 같다. 지표만 놓고 보면 호조세가 뚜렷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그러나 장밋빛 전망을 예측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완전한 사드 해빙과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가속화될 내년 경제지표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