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영역 제품군의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카테고리 킬러 전문업체가 유통시장에서 급성장하자 규제의 칼날이 드리우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내수 불황에 맞설 수 있는 유통구조 개선 대안으로 꼽히던 카테고리 킬러가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몰의 의무 휴업과 출점 제한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문재인표 유통규제법’이 국회서 발의된 가운데 골목상권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카테고리 킬러 전문점도 규제 대상에서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 사례가 유통공룡으로 급성장한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다. 다이소는 1997년 1호점을 시작으로 2001년 매장 수를 100개까지 늘렸고 2010년에는 860개를 돌파했다. 현재 120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연 매출 2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다이소가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과 달리 의무휴업, 영업시간, 출점 등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은 매장 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인 상시 운영 매장을 대규모 점포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이소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문구업계는 다이소의 영업 확장이 골목상권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에 따르면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등 국내 문구 관련 단체 3곳을 통해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업 운영실태 현황’ 조사 결과 다이소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한 문구점은 92.8%에 달했다. 문구점 10곳 중 8곳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다이소가 앞으로 생활용품 전문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유통업계는 카테고리 킬러라고 불리는 전문점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하고 있다. 다이소와 함께 헬스 앤 뷰티(H&B) 전문점인 CJ 올리브영 및 롯데 롭스, 가전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규제 대상에 올라 출점 절벽 상태에 놓인 국내 대형마트는 매장 내 카테고리 킬러를 도입해 활로를 찾는 것과 함께 정책 변화 움직임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면 카테고리 킬러에 대한 규제는 시장의 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점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것인데,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 행태도 변화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다양한 상품을 한 곳에서 살펴보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또 매장 직원들의 신속한 응대와 상품에 대한 지식, 정보 제공 등 서비스 요인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전문점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서모 씨(33)는 “가성비가 좋아 자주 이용한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문점이다 보니 그곳에 가면 찾던 제품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누구를 위한 규제 강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