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에 또 다시 중국발(發) 치킨게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내년 후반부터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 물량이 증가하면서 태양광 시장의 암흑기였던 수 년 전처럼 공급 과잉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2019년까지 중국 폴리실리콘 기업의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 있다. 중국 기업의 폴리실리콘 증설 물량은 2018년 8만6000톤, 2019년 5만5000톤으로 추정된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웨이퍼 및 태양전지의 셀 기판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올해까지는 폴리실리콘 수요증가율은 생산능력 증가율은 상회하고 있으나 내년 이후에는 생산능력 증가율이 수요증가율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다시 심각한 공급과잉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미 태양광 시장은 한 차례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 사태를 겪으며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2011년부터 중국발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당 30달러 선에서 13~15달러까지 떨어지면서 글로벌 태양광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국내 대표 태양광 업체인 한화케미칼과 OCI는 생산량을 증가시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공급 과잉 정도는 2013년부터 서서히 개선돼 올해 들어 수급의 균형을 맞추게 됐다. 태양광 수요 증가에 연동해 올해와 내년 수요는 각각 4만2000톤, 4만3000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세계 폴리실리콘 신증설은 각각 2만2000톤, 4만 톤으로 추정돼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은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연간 폴리실리콘 스팟 가격도 지난해 kg당 14.7달러에서 올해 15.4달러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공급 과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태양광 업계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태양광 설치 수요는 올해 12%, 내년 13.1% 증가하며 폴리실리콘 수요도 연계해 증가하지만, 공급이 대량으로 늘어나면 다시 암흑기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