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표방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이르면 오늘 출범한다. 금융위가 지난해 8월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발표한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인가 작업이 수개월 미뤄진 상황에서 은행·증권업계 간 갈등까지 심화하고 있어, 자칫 반쪽짜리 출범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오후 3시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정례회의를 열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5곳에 대한 초대형 IB 지정 안건을 의결한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일 정례회의를 열어 대형 증권사 5곳이 신청한 초대형 IB 지정안과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은 한국투자증권만 유일하게 심의 대상에 올랐다. 나머지 4곳은 심사가 보류되거나 연기됐다. 단기금융업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자기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으로, 증권사들이 기업금융을 하기 위한 자금 조달의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한국투자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해 사실상 온전한 모습을 갖춘 ‘국내 첫 초대형 IB’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금융위 의결 등의 절차 마무리와 해당 증권사의 초대형IB 출범 준비가 완료되면 영업은 바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업계의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업계는 최근 “초대형 IB가 출범하면 은행의 업무영역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인가를 보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업권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금융위의 13일 결정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지만, 무사히 출범하더라도 당분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