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자동차 강국’ 의지를 천명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중국 광저우 모터쇼는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17일 광저우 모터쇼에서 2020년에 중국에서 자사 브랜드의 전기자동차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중국에서 출시할 전기차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에서 전기차는 보급이 저조하지만 정부의 신 에너지 자동차 정책(NEV)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져 세계 최대 친환경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어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도요타는 전기차나 연료전지자동차(FCV)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중형차 ‘코롤라’와 소형차 ‘레빈’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V) 출시를 위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연구개발센터에 수소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FCV ‘미라이’를 사용한 실증 실험을 시작했다. FCV에서는 사업화 조사를 버스 등 상용차로 확대할 방침이다. 부품 단일화로 효율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생산 방법을 도입한 소형 SUV ‘C-HR’을 2018년 중반에 출시할 계획도 발표했다.
세계 판매에서 도요타와 수위를 다투는 독일 폴크스바겐도 대 중국 전략을 발표했다. 전날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중국 시장용 전기차와 PHV 등 신 에너지 자동차 생산 및 개발에 총 100억 유로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0년까지 연 40만 대, 2025년까지 연 150만 대의 판매 계획도 세웠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제휴를 맺은 중국 JAC와 합작해 2018년 상반기부터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며, 같은해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전 세계적으로 2025년까지 300만 대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중 절반인 150만 대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올 7월 이후 중국 남부의 한 도시에서 소형 전기차 ‘바오준 E100’을 생산, 출시해 4000대 이상을 판매했다. 닛산은 이번 광저우 모터쇼 개막에 앞서 전기차 ‘리프’를 중국에서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이 이처럼 중국에서의 전기차 전략을 강화하는 건 중국 정부가 2018년부터 자동차 업체에 전기차 등 ‘신 에너지 자동차’ 생산을 일정 규모 의무화하기로 한데 따른 결정이다. 중국은 그동안 보조금 지급을 통해 친환경차 판매를 촉진시켜왔으나 앞으로는 총 판매 대수에 따라 일정 규모의 전기차나 FCV, PHV 판매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2019년에는 전체의 10%, 2020년에는 12% 등으로 점차 그 비중을 늘려나간다. 다만 차량 주행 성능에 따라 수치가 다른 복잡한 포인트 제도를 채용함으로써 기업마다 의무 대수를 산출, 적용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10%의 경우, 100만 대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에는 3만~7만 대 정도다. 미달인 경우는 ‘NEV 크레딧’을 타사에서 구입해야 한다.
폴크스바겐 중국 법인의 요켐 하이츠만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의 속도는 세계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에너지 차량 일부는 중국에서 더 빨리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에너지 및 운송 컨설팅업체 리싱크X의 토니 시바 창업자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20세기 초반 디트로이트에는 250개 가량의 자동차 업체가 있었는데, 현재 중국에 있는 전기차 업체가 이 정도”라며 놀라워했다.
GM의 댄 암만 사장은 NYT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 되거나 중기적으로 그에 가까운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궁극적으로 전 세계가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