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코카콜라를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앞으로 그의 손에 코카콜라 대신 경쟁사 펩시코의 음료가 들릴 수도 있게 됐다.
버크셔가 지분 약 27%를 보유한 식품회사 크래프트하인즈(이하 하인즈)가 펩시코 인수를 제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가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크레디트사이츠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하인즈가 올해 초 유니레버를 1400억 달러(약 152조 원) 이상에 인수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나서 새 인수·합병(M&A) 사냥감을 물색해왔다며 그 대상으로 펩시코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유니레버는 유럽 소비재 대기업으로 벤앤제리 아이스크림과 립톤 티(Tea), 도브 비누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하인즈가 회사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했고, 양사 합병으로 얻어지는 장점이 거의 없다며 인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러나 소비재 기업을 선호하고 언제라도 코끼리 사냥(대형 M&A)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해온 버핏의 성향을 감안하면 하인즈가 다른 사냥감을 찾을 것임은 분명하다. 크레디트사이츠는 “버핏이 이미 몬델리즈 인수 가능성은 배제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펩시가 하인즈의 유력한 다음 타깃”이라고 강조했다. 오레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몬델리즈는 지난 2012년 크래프트푸즈로부터 분사했고 크래프트는 2015년 하인즈와 합병했다.
다만 버핏이 하인즈의 펩시 시도를 지지하는 것은 코카콜라의 오랜 팬이었던 성향상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 줄 것이라고 CNN머니는 전했다. 버핏은 농담처럼 자신의 하루 칼로리 섭취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코카콜라를 마신다고 말해왔다. 또 버핏에게 코카콜라는 단순히 좋아하는 음류수만이 아니다. 그는 코카콜라의 최대 주주로, 지분율은 9%를 넘는다. 심지어 버핏은 올해 초 코카콜라가 중국에서 체리코크 마케팅으로 자신의 캐리커처를 한정판 제품에 넣는 것을 허용했을 정도로 애정이 남다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인즈가 펩시를 노리는 것이 전략적으로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크로거와 월마트, 홀푸즈 등 유통업체로부터 제품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또 펩시는 마운틴듀와 게토레이 등 음료 브랜드 이외 스낵 부문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인즈는 펩시를 손에 넣으면 덩치를 키워 유통업체로부터의 압박을 견디면서 성장사업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펩시는 증시에서도 코카콜라보다 월등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펩시 주가는 지난 5년간 약 85% 올라 코카콜라 상승폭 20%를 크게 웃돌았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펩시의 시가총액(1635억 달러)이 코카콜라(1950억 달러)보다 낮다는 점도 인수 매력을 더하고 있다.
다만 하인즈의 펩시 인수에 가장 큰 장애물은 세계 최대 주류업체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도 펩시에 눈독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버크셔의 투자 파트너이자 하인즈 지분 24%를 보유한 3G캐피털은 AB인베브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하인즈가 펩시 인수에 나서기 전에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