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업체의 망 이용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인터넷 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망중립성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 UHD콘텐츠 확산 등으로 폭팔적인 트래픽 증가가 예상되면서 망 구축·유지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망 중립성 규칙이 완화되면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별도의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돼 망 고도화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는 게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만든 뒤 올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중립성을 담은 고시 제정안을 만들어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 사업자의 트래픽 차별을 금지해왔다. 문재인 정부도 망 중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단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장은 기존 망 중립성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고시를 수정하거나 폐기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망 중립성 원칙을 만든 주인공인 만큼 미국 행정부의 결정은 국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송재성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망중립성 정책 기조는 그대로”라면서도“다만 미국 FCC가 망중립성 규제를 최종 폐기할 경우 타당성 등을 따져 우리나라에도 적용 가능한지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거센 만큼 4차 산업혁명 대비 및 통신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망중립성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확산, 모바일ㆍ인터넷 트래픽 폭증으로 합리적인 트래픽 처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내 역시 공정경쟁과 투자촉진, 이용자 편익 증대의 관점에서 망 중립성 관련 정책 방향이 제시되고 가계통신비 절감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데이터 트래픽 비용을 지불하는 제로레이팅과 같은 정책적 뒷받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망 중립성 논의와 함께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과 글로벌 기업 간의 망 사용료 역차별 문제도 손볼 생각이다. 이미 과기부와 방통위,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가 대거 참여해 본격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별 부처 차원에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부처간 공조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규제 흐름에 발맞춰 장기적으로 대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