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쪼그라들었던 증권사 리테일 부문이 지난달 사상 최고 수준의 성적을 냈다. 바이오를 비롯한 중소형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스닥 중심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한 덕분이다. 증권사들은 최근 30% 전후로 비중이 위축된 리테일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이 나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20위 증권사 중 리테일 부문 실적을 공개한 9개사의 11월 거래규모(환산약정)가 200조 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증권사까지 더한다면 전체 규모는 300조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리테일은 주식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뿐 아니라, CMA와 신탁 등 소매자금의 유출입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성적을 낸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11월 리테일 부문에서 99조 원의 거래 규모를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코스닥시장의 한 달 거래량(약 200조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같은 달 미래에셋대우는 리테일 부문 실적에서 88조2200억 원의 거래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 대비 두 배, 올해 초(1~2월) 대비 3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전체 리테일 부문 누적 실적은 550조 원에 육박한다.
KB증권 역시 10월에 이어 11월 리테일 부문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초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 이후 브랜드 가치에 따른 고객 증가와 증권·은행 간 협업 시너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1월 리테일 실적은 6조6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50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리테일 총자산 역시 지난해 12월 52조4000억 원에서 1년 만에 10조 원가량 늘어난 61조 원으로 올라섰다.
대신증권은 11월 해당 부문에서 거래규모 3조3000억 원이라는 호조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만 해도 리테일 적자를 기록했던 교보증권은 3년 만의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부문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교보증권의 11월 리테일 부문 거래규모는 일평균 1100억 원을 기록, 총 2조4000억 원을 달성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1~10월 평균보다 40% 이상 상승한 2조2000억 원을 11월 한 달 동안 거뒀다.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도 구체적인 월별 데이터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실적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의 리테일 부문은 지난해 적자(3분기 누적손실 62억 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3분기 누적 손익 182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유안타증권 역시 리테일 부문에서 11월 들어 전월 대비 60%가량 수익이 증가했다.
이처럼 증권업계의 11월 리테일 부문 실적이 급상승한 이유로는 △코스피·코스닥 동반 상승 △바이오·제약 부문 상승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 증가 등이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최근 증권사 리테일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코스닥, 코스피시장이 상승하자 주식 거래 수수료는 물론, 파생상품 자금 유입 증가, 주가 상승에 따른 IPO 활성화 등의 효과를 가져오면서 전 영역에서 증권사 수익이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