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종의 서킷브레이크] 2018년 ‘코스피 3000’의 전제 조건

입력 2018-01-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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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박스권을 뚫고 2450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약 10년 만에 박스권을 탈피한 코스피시장은 지난해에만 25%가량의 상승세를 보여줬다. 이 같은 상승 배경에는 우리 기업들의 이익 개선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약 40%를 웃돌았다. 수출산업 호황과 내수산업 호조 등에 힘입은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우리 증시의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제 증권가는 2018년 코스피지수 3000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또다시 역사적인 신고점을 써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나 기준금리 등 증시 제반 변수들 또한 우리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 위험 요인들도 산적해 있다. 과도한 기업이익 유보금, 중국과 미국의 정치적인 불안정성, 지정학적인 리스크, 펀드 환매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국제적인 정세는 논외로 치더라도 과도한 기업이익 유보금 등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유보금이 많이 쌓인다는 것은 그만큼 배당에 인색하다는 이야기다. 배당에 인색하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투자자 유인책에 반하는 정책이며, 지수 상승의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회계연도 기준 30대 기업 사내유보율은 평균 8682%에 이른다. 2014년에 4484%였던 사내유보율이 불과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3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 총액은 652조3812억 원으로 2014년(501조8017억 원)보다 150조5795원(30.0%)이나 더 쌓였다. 기업당 평균 5조193억 원 규모다.

이런 가운데 한 외국계 증권사가 내년 상장기업 순이익 50%를 배당으로 돌리고, 배당 수익률을 3.5%까지 올리면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가 가능하다는 리포트를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이 우리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배당성향은 꽤 낮은 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코스피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은 25.1%였다. 프랑스(65.7%), 미국(53.4%), 일본(35.2%) 등 선진국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지난해 배당수익률도 1.3%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기업들이 자각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긍정적인 것은 올해부터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기관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리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부분이 해소될 수 있는 시점이 바로 2018년이다. 곳간에 쌓아 두기만 하던 우리기업들이 배당성향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립서비스뿐인 주주환원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우리 코스피 시장이 3000포인트 시대를 열어 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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