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본부장 “한미 FTA 레드라인 이슈 제기되면 협상 중단 지시”

입력 2018-01-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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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입 규제 조치에 “WTO 제소로 단호하게 대응”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사진=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사진=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나쁜 협상 결과보다 아예 협정을 타결 못한 것이 낫다는 각오로 개정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개정 협상과 관련해 “이제 막 시작한 한미 FTA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짧은 기간에 할 일이 많다”며 벼랑끝 전술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USTR)에서 한미 FTA 1차 개정 협상을 진행했다.

한미 FTA 협상 각오에 대해 김 본부장은 “협상을 할때 예를 들어 우리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것에 대해 양보하지 않는 것 또는 미래 세대 손발을 묶는 효과가 있는 것에 대해 양보 안 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협상 결과는 윈윈(Win-Win)이 돼야지 일방적으로 양보하거나 일방적으로 얻는 결과는 있을 수 없고 양측이 둘 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향후 미국의 통상 압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미 FTA 1차 개정 협상이 있었고, 미국 세제 개편이 끝났기 때문에 (미측의) 통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통상 공세를 펼쳐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앞둔 시점에 지지층 결속을 위해 각종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 FTA 1차 개정 협상과 관련해 김 본부장은 “양국은 상호간 관심분야와 민감분야를 파악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측은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온 투자자 국가분쟁 해결(ISDS) 관련 사안과 최근 급증하고 있는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를 감안해 무역구제 등을 관심 분야로 제기했다. 미국 측은 자동차 분야 비관세 장벽 해소를 강조했다고 김 본부장은 전했다.

협상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우리 측 관심사항이 미국 국내법 개정을 하지 않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국장은 “미국과의 협상은 예단하기 어렵다”며 “한미 FTA 개정에 대한 인위적인 시한은 정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1차 개정 협상에 대해 “몇 가지 지시사항이 있었는데, 레드라인의 경우 이슈가 제기됐을 때 ‘워크아웃(협상 중단)’하라는 것이었다”며 “(FTA 협상) 결과를 받아보니 보고서 분량이 30장 정도 되는데 우선 맞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협상이라는 게 예측하기 어려워 잘했다 못했다보다는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개정 협상 각오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국익 극대화와 이익균형 달성을 목표로 통상 당국의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며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 우리 민감 분야를 확실히 보호하면서 업계의 관심 사항을 적극 반영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 보호무역주의 타개를 위해 미국 행정부 및 의회 핵심 인사를 우군으로 만드는 ‘아웃리치’를 적극 이행해나가고,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미국은 반덤핑 조사에서 ‘불리한가용정보(AFA)’ 등을 적용해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이달 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미국 철강 수입의 안보영향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태양광과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사에 대한 미 대통령의 최종 결정도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반도체에 공적자금 투입 등 정부의 지원이 문제가 돼 WTO 제소를 당했는데 당시 패소했다면 우리 주요 수출품이 상계관세 대상이 됐을 것”이라며 “다행히 소송에서 승소해서 차단할 수 있었다. 한건 한건 법적으로 잘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 본부장은 통상 조직을 신설해 수입규제를 대응하는 조직을 보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 FTA 후속 협상과 관련해 그는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의 실질적 보호를 확대하고 안정적 투자 여건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한중 FTA 서비스ㆍ투자 후속 협상을 통해 중국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로 삼고, 관광ㆍ의료ㆍ문화 등 분야에 우리 기업들의 진출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향후 FTA 협상에 대해서는 “과거 양적 확대에 치중했다면 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시장 다변화, 전략적 목표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올해 상반기 안에 통상절차법에 규정된 국내 절차를 마무리하고 메르코수르(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와 FTA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ㆍ유라시아경제연합(EAEU) FTA 협상을 본격화하고, RCEP(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연내 끝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과 서비스ㆍ투자를 연계한 신(新)통상 정책을 1월 중순 이후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 1차 개정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경제적 이해에 부합하는 합의를 도출하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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