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정부가 나서 노동시간 줄이기에 나서고 있고, 일부 기업들이 이에 화답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노동집약형 산업 중 하나인 건설업계는 여전히 이 같은 움직임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아직 주 5일제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한 대형건설사 현장 관계자는 “지금 방식으로는 3일만 근무해도 이미 48시간을 넘어서는데 정책에 따라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인원을 더 투입해 주지 않으면 자연스레 야간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마인드 전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년을 맞아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산행을 하며, ‘수주기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첫 주말인 6일과 7일만 하더라도 에스티엑스건설, 금성백조주택, 신동아건설, 금강주택, 동부건설, 우미건설 등 중견건설사들을 비롯해서 GS건설, SK건설 등 대형건설사들까지 하나같이 산에 올라 수주기원제를 실시했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수주기원제는 건설사들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수주를 기원하는 산행으로, 건설업계의 오랜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업무가 이뤄지지 않는 주말에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주기원제에 참석했던 한 건설사 직원은 “현장 직원은 대부분 토·일요일 중 하루 쉬는데, 하루 쉬는 날 산행에 불려가서 주말이 통째로 없어졌다”며 “좋은 취지라지만 주말에 쉬지 못하고 가는 게 달가울 리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나본 건설사 직원들은 “의미는 좋지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자율이라고 하지만 전사 또는 전 본부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에서 빠지기 쉽지 않은 것이 우리 기업 문화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소소한 것들로 피로가 쌓이다 보면 현장에서는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연달아 일어나는 크레인 사고의 경우도 해체 작업이 몰리는 상황에서 한정된 인원이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다가 피로누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 탓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자연스레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한 비용 상승은 보전해 주지 않고 있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으로서는 근로시간을 줄일 명분이 없는 셈이다.
4일 열린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건배사로 ‘안전·안전·안전’을 외쳤다. 하지만 진정한 안전을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 가장 기본이 되는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출발은 ‘근로시간 단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