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가 광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에 따른 그림자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으로 가상화폐를 얻는 수단인 채굴을 둘러싸고 사기가 급증하는가 하면 공공장소 컴퓨터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도굴꾼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채굴을 통한 거액의 투자이익을 미끼로 현금을 사취하는 사기꾼들이 등장하면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국민생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12월에 가상화폐 관련 상담 건수는 1500건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채굴 관련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채굴할 수 있다” “아무런 자본이 필요 없이 채굴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말에 속아 거액의 기기를 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40대의 남성 회사원이 지난해 11월 하순 스마트폰 앱으로 채굴해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아 10만 엔(약 96만 원)에 앱을 구매한 사례도 있다. 이 남성은 광고와 달리 가상화폐를 얻지 못했으나 업자가 사과하기는커녕 가상화폐를 매입하라고 유혹하자 국민생활센터에 상담했다. 센터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면 절대 이런 계약을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채굴을 위해 남의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21세기판 ‘도굴꾼’들도 등장했다. 도쿄 인근의 한 사립대에서는 대학생이 지난달 중순 컴퓨터실에 있는 약 30대의 컴퓨터로 가상화폐를 채굴하다가 발각됐다. 이 학생은 “가상화폐 연구가 목적이었다”고 발뺌했지만 학교에서 사실을 파악하기 전 12시간 동안 3000엔 정도의 가상화폐를 채굴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 측은 학내 컴퓨터의 영리 목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가상화폐 채굴을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밖에 다른 사람의 사이트에 채굴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설치하는 등 기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채굴을 위해 마음대로 남의 컴퓨터를 이용하는 행위는 일본 형법상 ‘전자적 기록 부정작출죄 및 공용죄’에 해당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 레이타쿠대학의 나카지마 나오유키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아직 이용자 보호 시스템이나 법령의 정비가 미진한 상태”라며 “안이하게 손을 대면 사기를 당하거나 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음을 사용자들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상화폐 불법 채굴은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제공한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가 가상화폐인 ‘모네로(Monero)’ 채굴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커들이 와이파이를 통해 스타벅스 고객 컴퓨터를 해킹해 모네로 채굴 프로그램을 몰래 심은 것이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은 아예 조직적으로 모네로를 불법 채굴해 김일성대학 서버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