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17일 정모 씨 등 17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기요금이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한전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그동안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누진제, 계절·시간별 차등요금제 등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가정용 전력 소비자 2만여 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소송은 총 13건이다. 서울중앙지법, 서울남부지법, 부산지법, 대전지법, 대구지법, 인천지법, 광주지법, 춘천지법, 전주지법, 수원지법 안양지원 등에 계류돼 있다.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47·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13건을 모두 대리한다.
곽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지난해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돼 가정용 전력 요금이 낮아진 것은 맞는데 그것으로 머무를 사건은 아니다"며 "연내에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씨 등은 소송을 낸 지 2년여 만에 패소 판결을 받았다. 전기요금 원가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한전은 이 자료를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소비자들은 이 사건 이후 연이어 패소하다 지난해 6월 인천지법에서 처음 이긴 바 있다.
당시 인천지법 민사16부(재판장 홍기찬 부장판사)는 "특정 집단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형평을 잃거나 다른 집단과 상이한 요금체계를 적용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결과적으로 전기 사용자들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해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판단했다.
누진제 소송을 기획한 법무법인 인강은 인천지법 승소 후 새롭게 참여 의사를 밝힌 소비자들을 상대로 참가비용을 1만5000원에서 5만 원으로 올렸다. 기존 소송이 6개월 동안 사용한 전기요금에 대한 것이었다면 승소 이후 제기한 소송은 청구기간이 5년 이상 10년 이하다. 소가가 올라가면 이에 따른 소송비용도 증가한다.
한편 박모 씨 등 87명이 제기한 대전지법 사건은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주심 대법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