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전환 이후 신규 계좌 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가상화폐 투자 휴면계좌 거래를 금지했을 뿐 아니라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차단했다. 대기 수요가 있을 것이란 뜻이다. 또 가상화폐에 투자한 가상계좌 중 일부는 실명 전환하지 않는 것을 고려해도 제도 도입 초기에 비해 투자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대금이 증가할 지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하루(24시간 기준) 거래 규모를 합하면 모두 15조 원 가량이다. 신규 투자자가 대거 진입하면 거래 규모는 이보다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가격의 폭락과 강화되는 글로벌 규제를 목격한 만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
변수는 외국인 투자로 분석된다. 실명제 전환 이후 외국인과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상계좌로 투자가 되던 때도 일부 외국인은 국내인 명의로 투자를 했을 것으로 정부는 추측하고 있다. 이들이 계좌 당 잔액 규모는 줄이는 대신 계좌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면 정부가 신속히 이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경찰, 관세청을 통해 이를 단속할 방침이지만 국내 전체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 가상화폐 취급소인 오케이코인은 내달부터 국내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명제 전환 이후 가상화폐 가격이 오른다면 법무부 중심의 강경책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의 가상화폐 투기 양상을 ‘과열’로 진단했다. 실명제 전환 이후 가격이 추세적 상승세를 보이거나 급등하면 이를 진정시킬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는 P2P(개인간 거래)만 허용하는 것 역시 정부의 검토 사항 중 하나다. 심재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이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가상화폐 가치는) 0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2월부터 가상화폐 가격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면 정부가 기대하는 ‘질서 있는 퇴장’이 유도될 전망이다. 뒤늦게 ‘묻지마식’ 투자에 나선 이들은 하락 장세에서는 매도에 나서게 된다. 인도네시아 발리, 인도 등 세계 각국이 가상화폐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G20에서도 해당 의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글로벌 규제는 가상화폐 가격 하락 요인이다. 다만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면 정부는 취급소의 영업정지와 같은 즉시 시행 가능한 대책을 꺼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때는 소비자의 자산 보호로 정책 방향이 돌아선다. 정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취급업자를 제도권으로 인정했다가 가치가 급락하면 되레 소비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취급소 전부 폐쇄냐, 일부 폐쇄냐와 같은 이들에 대한 적용 규제가 확정되기 전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중심의 자금세탁법 방지 가이드라인이 시장을 단속한다. FIU가 은행을 통해 자금세탁법 적용을 강화하면 불법 거래 자금 규모는 줄어든다. 은행들은 우선 취급소를 통해 거래자를 대상으로 강화된 고객확인제도(EDD)를 적용할 계획이다. EDD는 고객 명의(성명과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와 연락처, 거주지, 금융거래 목적과 자금출처 등을 추가 기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