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등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기존 예상했던 원유도입단가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경우 한은의 소비자물가(CPI) 전망치도 덩달아 오를 것을 보인다.
이같은 상승 요인으로는 최근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증가와, 주요 산유국의 감산합의 연장, 중동지역 정정불안,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등이 꼽힌다.
다만 최근의 강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세계경제의 성장모멘텀 강화와 달러화 약세는 유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유가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셰일오일 증산 등에 따른 공급측 요인과 실질구매력 약화로 인한 수요측 요인 등이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글로벌 원유시장이 지난해 초과수요에서 금년중 초과공급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수요 증가폭이 전년수준을 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산유국의 감산합의 이행률도 하락하는 등 원유 공급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를 큰 폭으로 등락시킬 소지는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우선 기존 45달러에서 60달러선인 셰일오일밴드 구간이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셰일오일 업체의 생산성 개선여력이 약화하고 있는데다 장비임대료·인건비 및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셰일오일밴드란 셰일오일 업체의 손익분기 가격을 기준으로 마진이 확보되는 국제유가의 일정구간이다.
또 주요 산유국에서 선거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치경제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3월엔 이집트 대선이, 4월엔 베네수엘라 대선이, 5월엔 이라크와 레바논 총선이 예정돼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70달러선에 근접했지만 수요공급측 하방압력에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셰일오일밴드 상향조정 가능성과 산유국 정정불안이 계속될 개연성이 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등락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1~2주 정도 더 흐름을 보면 한은이 기존에 전망했던 원유도입단가의 상향조정 가능성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 1월 올해와 내년도 원유도입단가를 각각 59달러로 예상한 바 있다. 한은은 원유도입단가를 중동산 80%에 여타 20% 비중으로 운임보험료를 포함한 가격(CIF)을 기간 평균해 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