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외화예금은 작년 9월 말 404억7100만 달러에서 12월 말 506억7200만 달러로, 3개월 새 102억100만 달러(약 10조 원)나 급증했다. 올해 1월에는 496억500만 달러로 전달에 비해 소폭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500억 달러에 근접했다. 은행별로 보면 석 달 사이(지난해 9~12월) 우리은행은 35.6%, 신한은행 30.2%, 국민은행 26.9%, 하나은행 16.4% 순으로 외화예금이 증가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외국인(6개월 이상 국내 거주)과 국내 진출 외국 기업이 은행에 맡긴 외국 돈이다. 미국 달러화 예금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과 개인이 약 8:2 비중으로 외화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외화예금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2일 종가 기준 1079원70전으로 지난해 최고점인 1208원(1월 2일) 보다 10.7%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달러가 저렴할 때 사들여 예금을 해 두고, 이후 달러값이 비쌀 때(원·달러 환율 상승) 팔아 환차익을 거두려는 전략을 세운다. 실제 현재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9.7% 머물렀던 개인 보유 비중이 2015년 12.9%, 2016년 17.4%, 지난해엔 19.4%로 증가했다. 수출 기업들이 수출 호조로 받는 달러가 늘고 있지만, 달러값이 추후 오를 것을 기대하고 이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요인도 크다. 달러값이 오른 뒤 원화로 환전하면 받는 수출대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올해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추후 달러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의 경우 달러 가격을 저점으로 생각해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꾸준히 매수하고, 수출기업은 환율이 상승하길 기대하고 있어 보유 외화예금이 늘었다” 며 “환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외화예금도 예금자 보호가 된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