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현금 사랑’이 일본 은행업계에 근심을 안기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유지에 매년 막대한 비용이 들어 급기야 소규모 은행들 중심으로 자구책을 내놓는 모양새라고 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보도했다.
일본인은 선진국 중에서 현금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일본인은 전체 소비에서 65%를 현금으로 결제한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모두 40%를 넘지 않고, 중국도 60% 이하다. 선진국 평균은 32%로 일본인이 대략 두 배가량 현금 결제를 더 많이 하는 셈이다.
현금 결제 비중이 클수록 더 많은 ATM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일본은행협회에 따르면 2016년 9월 말 기준으로 일본에 있는 은행 소유의 ATM은 13만7000개로 나타났다. 여기에 소매업체 세븐앤아이홀딩스가 5만5000개가량을 운영하고 있어 일본 전역에 대략 20만 개가량의 ATM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ATM을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사사키 야스시 수석 애널리스트는 “개당 ATM 운영비는 매달 30만 엔(약 299만 원)에 이른다”며 “매해로 따지면 전체 ATM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760억 엔이 들고,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매년 2조 엔의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ATM을 줄여나가면 될 일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은행 간 ATM 사양이 달라 이를 통합하기 어렵다. 한때 은행 간 ATM 통일 정책을 추진했던 주요 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마다 통장 디자인이 다르고 인식 체계도 다르다”고 토로했다. 그는 “디자인만이라도 통합됐다면 가능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대형은행 중에서는 신세이은행이 선두로 ATM을 없애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6월 신세이은행은 자체 ATM은 없애고 세븐뱅크와 ATM을 같이 쓰기로 했다. 신세이은행 관계자는 “신세이은행이 통장을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신세이은행처럼 통장 거래가 사라지면 ATM 통합도 더 쉬워진다. 그러나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은 회계 장부를 기록할 때 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ATM에 통장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부 일본 지방은행들은 ATM 사용률을 늘려 수익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에히메뱅크는 오는 3월부터 이른 아침과 야간에 현금을 찾으면 수수료를 기존 108엔에서 반값으로 할인할 계획이다. 또 다른 지방은행들은 신세이은행처럼 자체 ATM을 철수하고 다른 은행이나 편의점 ATM과 통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