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가 연쇄 폭락한 배경으로 인공지능(AI)이 지목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하루 낙폭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0년 만에 블랙먼데이가 재연된 것이다. 주요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고, 미국발 증시 패닉에 글로벌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6일 뉴욕증시는 반등에 성공해 다우지수는 2.33%(567.02포인트)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장 초반 급락을 기록하다가 급등한 것이어서 투자자들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최근 월가를 뒤흔드는 주범은 트레이더나 포트폴리오 매니저 같은 인간이 아닌 컴퓨터 알고리즘이라고 CNN머니는 분석했다. 알고리즘 거래는 컴퓨터 시스템이 수식을 기반으로 투자 시점을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빌리FBR의 아트 호건 수석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시장 거래에서 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50~60%에 달한다”며 “시장이 이날처럼 극도로 큰 변동성을 보이면 컴퓨터 거래 비중이 90%까지 확대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알고리즘 거래의 문제는 모든 알고리즘이 거의 같은 원리로 돌아가며, 이들이 일제히 같은 시점에 매도·매수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요인 없이 뉴욕증시가 큰 낙폭을 기록한 것도 알고리즘 거래의 비중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5일 오후 3시 전까지만 해도 낙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3시 이후부터 주요 지수가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빈센트 콘다베티 재무 전문가는 “시장은 오후 3시까지는 상대적으로 고요했다”며 “나는 기계가 시장을 지배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는 그동안 시장 불안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던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주춤했기 때문에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다.
존스트레이딩의 요제프 아바시 애널리스트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알고리즘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리즘은 인간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알고리즘의 합리적인 판단을 따라갈 수 없다”고 분석했다. 아메리프라이즈파이낸셜의 러셀 프라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계는 감정이 없어 단기 트레이딩 활동에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증시 급락은 한동안 지속된 랠리 국면에 따른 반작용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JP모건체이스의 존 노르만드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예기치 않게 상승하면 연준의 긴축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달 미국의 시간당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상승해 물가 상승 우려를 키웠다. 로버트 W.베어드의 브루스 비틀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달까지 증시 랠리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며 “투자자들의 자만심이 매우 깊고 광범위하게 퍼지면 이것은 종종 문제가 된다”고 분석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작년 한 해 동안 25% 상승했다. 그는 “올해 증시는 내내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알고리즘 거래를 증시 패닉의 원인으로 꼽았다. 므누신 장관은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알고리즘 매매가 시장에 충격을 가한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급락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