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가 15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특별검사 수사 때 드러난 1197개에서 약 300개 가까이 늘어 1500개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금감원 전수조사 결과, 이 회장의 차명계좌 32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여기에 경찰은 이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차명계좌 260개를 밝혀냈다. 이 차명계좌는 1987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2007년까지 개설됐다. 특별검사 수사 때 드러난 1197개에서 약 300개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다만 경찰이 확보한 차명계좌가 삼성특검이 발표한 차명계좌의 일부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중 금감원이 발견한 1229개 중 1133개가 증권계좌, 나머지 96개가 은행계좌다. 증권계좌가 차명계좌로 주로 쓰인 것은 주식 형태인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보관하기 위한 것으로 이 회장이 대주주로서 지배하는 삼성증권이 주로 동원됐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1133개의 증권계좌 중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가 918개(81.0%), 신한금융투자 85개, 한국투자증권 65개 등의 순이다. 은행계좌는 우리은행 53개, 하나은행 32개 등이다. 경찰이 밝혀낸 차명계좌 260개 역시 증권계좌다.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논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삼성특검은 당시 차명으로 존재하던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예금과 채권, 수표 등 현금성 재산 4364억 원과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주식 4조1009억 원을 합해 4조5373억 원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당시에는 차명이 아니지만 그 전에 차명으로 존재했다가 실명으로 이미 전환된 재산이 약 4조5000억 원에 이른다고 특검은 밝혔다.
삼성특검의 발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위반 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차명계좌 957개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이미 제재를 받았다. 또 경찰 수사에 따라 이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추가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삼성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이 회장의 지배력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모두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시행된 2016년 8월 이전의 일들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 회장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의 대주주로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박 의원은 대주주 결격 요건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을 추가하고, 대주주의 의사결정능력도 심사 대상에 넣는 등의 내용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98%가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되는 ‘대담함’을 보였다”며 “계열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이용해 차명재산을 운용한 재벌 총수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